97년 봄 충무로 통신은 신인 감독들의 데뷔 소식으로 뒤덮였다.

올들어 이미 5편의 신인 감독 데뷔작이 관객을 만났고 5월에 4편,
6월에 3~4편의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절반이상 제작된 작품도 3~4편이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포함, 97년말까지 제작될 한국영화는 총 60여편
(4월20일 현재).

이중 20여편이 신인 감독의 작품이다.

이것은 평균 10편미만이던 예년에 비해 1백%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초 개봉된 신인 감독 작품은 "용병이반" (제작 제일필름.SKC 제작비
지원.감독 이현석) "지상만가" (씨네텍.감독 김희철) "똑바로 살아라"
(동아수출공사.감독 이상우) "초록물고기" (이스트필름.삼성영상사업단
지원.감독 이창동).

5월에 개봉될 영화는 "박대박" (씨네락픽처스.대우시네마지원.감독
양영철) "베이비세일" (영화세상.SKC지원.감독 김본)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한씨네텍.감독 구성주) "바리케이드" (제이콤.감독
윤인호) 등이다.

여기에 "넘버3" (프리 시네마.감독 송능한) "접속" (명필름.감독
장윤현) "아름다운 시절" (백두대간.감독 이광모) "스카이닥터" (지맥필름.
감독 전찬호) 등이 신인감독의 "레디!고" 속에 제작되고 있다.

반면 중견감독들의 활동은 뜸하다.

박종원 정지영 박광수씨가 2년째 작품에서 손을 놨고 곽지균 (깊은 슬픔)
박철수 (산부인과) 장선우씨 (나쁜 영화)만이 맥을 잇고 있다.

영화가에서는 이같은 신인감독 백화제방 (백화제방)의 가장 큰 원인을
대기업의 자본참여로 보고 있다.

중견감독을 기용하기 어렵고 기존 영화와 다른 참신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대기업이 앞다퉈 신인감독과 손잡은 것이 "연출보에서 감독이
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리던 도제시스템을 깨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방 주필호대표)는 해석이다.

예전같으면 김상진 감독 (돈을 갖고 튀어라, 제작 우노필름, 삼성영상
사업단 제작비 지원) 처럼 27세에 데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리라는
얘기다.

시네마서비스 (대표 강우석) 씨네2000 (대표 유인택) 영화세상 (대표
안동규) 명필름 (대표 심재명) 등 80년대후반 이후 새 영화사가 늘어난
것도 신인감독 증가의 한가지 요인.

92년 "결혼이야기" 개봉이후 로맨틱코미디와 트렌디드라마가 우리
영화의 주류를 이룬 것도 큰 몫을 했다.

감독의 역량에 의존하는 대작과 달리 로맨틱코미디는 재미있는
시나리오와 유명배우만 있으면 제작할 수 있고, 대부분 관객과 같은
세대 (20~30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신진데뷔 기회의 확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곤 있지만 쟝르가 한두가지에 편중돼 한국영화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근래 개봉된 신인감독 작품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한 것도 감독 데뷔가
너무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을 낳고 있다.

1~4월 상영작중 흑자를 낸 것은 "고스트 맘마" (제작 황기성사단.
감독 한지승)와 "미스터 콘돔" (제작 1927.대우 제작비지원.감독 양윤호)
정도.신인감독 작품을 포함한 7~8편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영화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우선 데뷔하고 보자는 신진들의 조급증은
물론 소재와 영역을 넓히려는 진지한 자세 없이 상업적 성공만을
최우선시하는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영화의 미래는 낙관할수 없다"고
얘기한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