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그친 들판으로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는" 계절.

해마다 이맘때면 봄에 세상을 떠난 시인들이 연초록 풀잎되어 우리곁에
돌아온다.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귀천"의 시인 천상병과
"향수"의 시인 정지용을 기리는 시의 축제가 마련된다.

천상병 4주기를 맞아 음악가 무용가 시인들이 준비한 "시인 천상병 추모
예술의 밤"이 26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제10회 지용제"가
5월15~17일 충북 옥천에서 펼쳐진다.

천상병추모예술의 밤은 고인의 대표시 "귀천"을 주제로 음악과 무용 시
영상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의 장.

귀천은 부인 목순옥씨가 운영하는 인사동 찻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는 원로시인 구상, 걸레스님 중광의 추모사로 막을 연다.

영상화면을 통해 고인의 생전 모습과 예술세계도 소개된다.

이어 베이스바리톤 김인수씨와 소프라노 최인애씨가 천상병시.백병동
작곡의 가곡 "진혼가"와 "귀천"을 부르고, 무용가 김광자 교수
(수원여전)는 "귀천주제에 의한 살풀이" 춤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첼리스트 박경숙씨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연주, 평생
가난했지만 시를 사랑하고 철부지 소년같은 기행으로 일관했던 시인의
삶을 애도한다.

"음악계의 기인"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겸 작곡가 임동창씨는 객석의
한 청중을 무대에 불러내 천상병의 시 한편을 듣고 즉석에서 그 시의
감흥을 토대로 연주하는 파격을 선보인다.

시낭송가인 정옥희씨와 번역가인 안토니오수사는 "귀천"과 "강물" 등
고인의 대표작을 낭송한다.

부인 목순옥씨가 "나의 남편, 천상의 천상병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고, 출연진과 청중이 "귀천"을 함께 낭송하면 막이 내린다.

행사 다음날인 27일에는 의정부묘소를 참배할 예정.

"제10회 지용제-꿈엔들 잊힐리야"는 충북 옥천군 관성회관과 금강변
향수정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는 지용백일장과 신인문학상시상, 시낭송, 지용문학포럼,
대학민속경연대회, 강변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각종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이어진다.

지용기념사업회는 본행사에 앞서 5월10~15일 옥천 장용산휴양림에서
문학캠프를 마련한다.

참가 인원은 1백80여명.

중견시인들을 초청, 1박2일동안 (3회) 시창작법을 알려주고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올해 지용제에는 시인 김남조 김광림 이근배 신달자 유안진 문정희
김소엽씨 등이 참가하며, 문학포럼 발제는 김용직 (서울대) 오탁번
(고려대) 최동호 (고려대) 교수가 맡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