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히 전 미국 노동부장관이 관료주의와 정부의 무능을 꼬집는
책을 내 관심을 끌고 있다.

"내각에 갇혀(원제 Locked in the Cabinet)"(크노프출판사)가 그 책.

클린턴의 예일대 법대 동창생이며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교수였던 라이히는
93년 출범한 클린턴 1기 행정부에서 "외로운 양심"으로 불렸을 만큼 급진적
인 주장을 편 인물.

공공교육과 근로자의 직업훈련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지를
전개했으며 복지를 강조, 수익성이 높은데도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업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

라이히가 클린턴의 대선공약 실천방안으로 마련한 이런 구상들은 초기에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해석한다.

"그들과 내가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 모두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에
동의한다. 내가 주장하는 복지와 이를 위한 기업 세수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반대하는 것은 행정경험이 없는 풋내기다"

저자는 의회에 대해서도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의회에서 토론되는 것중 생산적인 것은 전혀 없다. 그들은 정치경험이
풍부한 소위원회 의장에게 경의를 표하기만 할뿐이다. 대중의 이익보다
자신의 자리보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이히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상대로 오랫동안 "투쟁"했다고 서술한다.

근로자재교육 프로그램 마련, 최저임금 인상, 파업노동자 해고금지 등.

2년여가 지나 그의 주장들은 채택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일부 시행중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내 생각이 그들에게 늦게 파고든 것은
내가 그들과 대면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그는 해석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정부지출을 늘리기 어렵고, 파업과
해고는 노동시장 자체원칙에 맡기며, 정부간섭은 줄일수록 좋다는
자유론자들의 반대논리를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