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에 들어 나를 본다"

소설가 송기원(50)씨가 실명 구도소설 "청산" (창작과비평사)을 내놓았다.

국선도를 창시해 단정행공을 보급한 청산거사의 일대기를 통해 인간
구원을 모색한 작품.

주인공 유시백은 학생운동과 전교조활동을 거쳐 해직교사가 된 뒤 도를
찾아 계룡산에 입산, 3년간 움막생활을 한다.

어느날 "이제 서로 만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만 산을 산을 내려가 길을 떠나라"는 목소리를 듣고 하산한 그는
태백역에서 봉두난발의 한 사내를 만나고, 그가 바로 물속에서 1시간 이상
숨을 쉬지 않고 견디며 사명대사처럼 불속에서도 끄떡없는 금강체를 이룬
청산임을 알게 된다.

이후 유시백은 청산의 삶과 수련기를 추적한다.

청산은 열세살 때 스님의 편지 심부름을 가던중 만난 한 노인을 따라
깊은 산으로 들어간다.

그의 본명은 고한영.

36년 수원 태생으로 48년 입산해 청운 이송운의 제자로 국선도를
수련했다.

67년 하산한뒤 국선도 본원을 개원,현대 선의 중흥을 이루고 나서 84년
재입산한 뒤 오늘까지 행방이 알려지지 않는 인물.

불속에서 알몸으로 견디는 기화법 시범이 일본 후지TV에 방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호랑이새끼를 데려다 키우며 스승으로부터 정을 단련해 기로
변화시키는 정각도를 익히고 통기법의 경지를 지나 선도법에 접어든다.

하산한 직후에는 간첩으로 오인돼 돌깨는 묘술을 실연하기도 했다.

작가 송씨는 장편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여자에 관한 명상"
등에서 자신의 속내를 부끄럼없이 드러낸데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구원을
향한 내면의 분화구를 드러낸다.

소설속에서 유시백의 선배로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의 분신.

그는 실천문학 발행인을 맡고 있던 90년 1월 소설가 김성동씨의 권유로
서울 종로3가의 국선도 본원에 다니다가 그해 2월 오봉옥씨의 시집
"검은 산 붉은 피"가 필화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투옥돼 감옥에서
수련법을 본격적으로 익혔다.

"어린시절 계룡산 신도안에서 성장한 까닭인지 산은 내게 늘 친구이자
스승이었습니다.

국선도는 종교라기보다 자기안의 신성을 계발하는 수련법이죠. 세상의
힘든 일들이 우리에겐 좋은 깨달음의 재료가 됩니다.

현대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도 스스로의 추함을 벗긴 뒤 다다르는
자기해방에 있지요"

작가의 깨달음은 구례역 대합실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인 노인으로부터
청산이 열매를 맺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실체화된다.

길위에서 소리로만 들리던 "소식"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삭발한 채 5월초 히말라야산 아래의 힌두교 성지 니시케시마을로
떠난다.

명상과 요가촌인 이곳에서 그는 2년정도 머물며 "세상이 나를
변화시키기에 앞서 내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화두와 씨름할
작정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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