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는 모델과 패션디자이너들의 세상?''

늘씬한 모델과 당당한 디자이너들이 안방을 몽땅 차지하고 있다.

배경 또한 화려하기 짝이 없는 패션쇼 무대와 디자이너부티크의 쇼룸이다.

TV드라마가 이처럼 모델이나 패션디자이너의 세계를 다루는 것은 최근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MBCTV는 가난한 소녀가 이복남매와 그 어머니의 온갖 박대를 이기고 일류
디자이너로 성공한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은 월화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로 드라마왕국 재건의 시동을 걸었으며, SBSTV는 모델세계의 경쟁과
암투를 그린 수목드라마 "모델"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보다 앞서 96년말에 방영된 MBC 일일연속극 "욕망" 또한 모델이 되기 위해
일탈된 행동도 불사하는 젊은층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고, 역시 96년에
방영된 SBS의 주말드라마 "부자유친"에서도 패션디자이너를 등장시켰다.

이들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화면.

화사하고 이색적인 의상을 차려입은 모델과 디자이너들은 인테리어도 멋진
매장과 에이전시에서 화려한 생활을 즐긴다.

감각적인 차림, 고급자동차, 근심걱정 없는 생활방식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일반서민의 눈을 붙드는 힘이 있다.

"모델"의 이강훈PD는 "패션과 관계된 사람들의 생활은 멜러와 트렌디드라마
가 요구하는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화려한 옷.

"별은 내 가슴에"의 심술궂은 디자이너 박원숙은 높이 부풀린 머리에
커다란 귀거리를 달고 깃털 달린 차양넓은 모자를 쓰거나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는 "튀는" 차림을 하고 나와 중년부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돌아온 스타" 차인표는 재벌3세란 캐릭터에 맞춘 값비싼 정장차림, 모범생
에서 반항아로 1백80도 이미지 변신한 안재욱은 끼 넘치는 캐릭터캐주얼을
입고 젊은층의 눈을 끌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구경할 기회가 흔치 않은 패션쇼 장면도 중요한 눈요기거리.

"모델" 예고편은 앙드레김, 이신우씨등 일류디자이너의 쇼장면과 모델들의
워킹연습장을 편집한 것이다.

이런 장면의 구성에는 디자이너나 의류업체의 협찬이 필수.

"모델"은 디자이너 앙드레김 이신우 트로아조 박윤수씨, "별은 내가슴에"는
디자이너 강숙희씨가 의상협찬을 맡았다.

앙드레김과 이신우씨가 나란히 패션쇼 연출에 협조한 것은 패션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모델" 제작진은 패션쇼장면 촬영을 위해 앙드레김 의상 60벌, 이신우
"오리지날리" 40벌, 트로아조 30벌, 박윤수 "올스타일" 20벌을 협찬받았다.

극중 매장을 꾸미는데는 삼도 "옵트" 의상 3백벌, 드레스업체 "메르삐"의
7백만원짜리 드레스가 필요했다.

총 36회동안 등장하는 패션쇼는 25회.

"패션드라마"라 이름붙일 만한 규모다.

"모델"의 의상 담당자인 이혜령차장은 "기획안이 알려지자 곧 대기업계열
의류사에서 제작비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요구조건이 까다로와 거절
했다"며 "오히려 일류디자이너들이 별다른 조건없이 응해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이신우의 홍보담당 박종화씨는 "많은 협찬 요청중 디자이너
의 이미지를 잘 부각시킬수 있는 아이템을 고르고 있다"라며 ""모델"의 경우
패션을 단순한 눈요기꺼리가 아닌 주소재로 택했으며 시선집중 효과도
크다고 생각, 협찬키로 했다"고 밝혔다.

"별은 내가슴에"는 일괄협찬보다 출연자의 개별접촉을 택했다.

차인표 안재욱 조미령등은 각기 코디네이터를 통해 여러 곳의 옷을 골라
입는다.

제작진이 협찬업체를 선정한 것은 장소 때문.

인테리어가 뛰어나고 촬영에 호의적인 강숙희부티크와 일신창업투자를
협찬업체로 골랐다.

최근 인기직종으로 부상한 모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인기요인.

"욕망"에는 톱모델 박영선이 주연급으로 출연했으며, "모델"에는 이선진
송선미등이 등장한다.

"별은 내가슴에"에는 변정수등 현역모델 여럿이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패션드라마 붐은 모델.디자이너의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데다, 큰돈 들이지 않고 화려한 화면을 내보내려는 방송사와 수입
브랜드의 홍수속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디자이너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많은 여성들이 모델을 젊은시절 잠깐 하는 임시직업으로 인식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늘씬한 몸을 뽐내면서 탤런트 영화배우 MC에서 교수직까지도
할수 있는 전문직으로 인식한다.

디자이너 역시 유행을 선도하며 부와 명성을 동시에 거머쥐는 멋있는
직업으로 인식된지 오래.

디자이너나 패션업체에서 볼때 여성들이 많이 시청하는 드라마만큼 매력적
인 홍보매체도 없다.

물론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첫째는 드라마속 디자이너와 모델의 생활이 실제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

"매출이 곧 인격"이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현실속에 밤샘도 예사로 힘겹게
일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은 간데없고 호사스런 옷을 입고 고객과 잡담이나
하는 유한부인쯤으로 묘사된다.

모델 또한 정상에 오르려면 고된 수련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데 그런
모습은 찾기 어렵다.

이들의 "일"을 "놀이"로 그리기 때문.

"별은 내가슴에"의 최진실처럼 어려운 처지의 여자가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의 사랑을 통해 행복해진다는 "신데렐라스토리"도 곤란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계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변화, 적합한 소재를
찾는 방송사의 요구, 최적의 홍보수단을 발견한 디자이너의 입장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패션드라마"는 당분간 더 호황을 누릴 듯하다.

<조정애.송태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