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최근 야구 얘기를 담은 회고록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책은 로저 칸의 "여름의 기억들(원제 Memories of Summer)".

더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야구담당 기자였던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기자로 활동하던 1940-50년대를 회고한다.

회고의 이면에는 야구가 광활한 영토를 지닌 미국을 어떻게 통합시켰으며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야구가 어떻게 상업적으로 변질됐는가를 파고 든다.

이 책에 따르면 1947년부터 1959년까지 야구는 미국에서 별 인기가없던
시기로 기록된다.

치열한 경쟁이 없었으며 다저스나 자이언츠같은 유명한팀이 뉴욕에서
다른 도시로 연고지를 옮겨감에 따라 인기가 시들했다.

게다가재키 로빈슨같은 흑인이 야구선수가 등장함으로써 인종분쟁의
조짐까지 보였다.

그런데 이 시기가 왜 야구 황금기로 인식될까.

저자는 "신문의 스포츠 기자 전성기였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야구 기자들은 투수의 피칭을 묘사하면서세익스피어를 인용했고 사람들은
활자의 뉘앙스에 따라 갖은 상상을 해 더욱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야구기사로 이야기꽃을 피웠으며 멀리 떨어진
사람들간에도 야구로 금방 친해질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심리적으론 냉전시대의 우울함을 극복할수 있었다고 그는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6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상황이 돌변했다고 그는 회고한다.

텔레비전이 전 미국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화면에 비쳐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플레이는 너무 생생한 나머지 매력이
떨어졌으며 사람들간의 대화도 줄어들었다.

또광고가 텔레비전에 파고들면서 상업적으로 치우쳐 신섬함을 잃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야구 이야기책 이전에 미국사회의 흐름을 볼수 있는 역사책으로서
가치가 있다는게 현지언론의 평가다.

히페리온출판사.

23.95달러.

<박준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