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31)씨가 박정희 전대통령을 모델로 한
장편소설 "인간의 길" (전 3권 살림)을 내놓았다.

허정훈이라는 인물의 가족 3대를 중심으로 한국근대사를 그린 장편
역사소설.

주인공은 작가의 말대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성실한 교육자로,
군사쿠데타의 주역으로, 민족중흥의 위대한 모반자로 살다간" 인물이다.

"시대가 인물을 낳는다거나 영웅도 정해진 역사의 방향에 이름표를 달고
자기역할을 수행할 뿐이라고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천재적인 인물이 길을 제시하고 모범을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르죠. 그런 특별한 인물을 재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이씨는 ""모반자"의 경우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므로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소설이 선하고 고결한 인간만을
예찬하는게 아니듯, 문학의 지향점도 인간의 길이지 목적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주인공의 삶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나
가장 고통스러운 세월을 이겨내고 가난과 절망에 빠진 한 민족을 도저히
가능할 것같지 않던 번영으로 이끈 인물"이기 때문.

"죄와 배신, 불의와 타락에 몸을 적시면서도 이상을 향해 매진했던
그 고독과 우수의 마키아벨리즘을 이해하면서 비로소 평범한 인간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힘과 용기를 발견했습니다"

이 작품은 동학군의 우금치 전투와 당시 일본 육군의 작전명령서,
일본의 교육.경찰제도, 한국군 창설기의 미공개 자료들을 곁들이고 기묘한
대화체의 맛을 살려 책읽는 재미를 더해여준다.

""인간의 길" "혁명의 길" "나의 조국" 순서로 출간될 3부작 10권의
첫 결실입니다. 앞으로도 공력을 다할 작정입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