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독일 등 유럽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전이
잇달아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시회를 갖는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유망
화가에게 주는 예술기금을 받아 화제가 됐던 문혜정씨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선희씨.

8~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 (544-8481)에서 개인전을 여는
문씨는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한뒤 현지에서 줄곧 활동해온 작가.

90년 독일철강연맹 공모전, 91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주최
청년작가공모전에 잇달아 입상하면서 독일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초창기에는 현지 화단의 높은 벽을 넘지못한채 귀국길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귀국보따리를 싸던 그는 포장된 짐들을 묶은 캔버스를 말아 만든
노끈에서 새로운 영감과 회화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노끈으로 묶인 보따리를 이미지로 한 독특한 오브제작업을
펼쳐 각광받기 시작한 그는 마침내 성공을 거두고 독일내 유명화랑과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이후 유화 드로잉 사진작업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작업을 발전시켜 나가고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둥이 등장하는 풍경"연작을 비롯 자연을 상징하는
꽃을 소재로한 유화와 자유로운 선묘와 리듬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드로잉작품을 선보일 예정.

이밖에 천과 포장끈을 이용한 오브제작업을 사진으로 촬영한뒤 다시
여러형태로 이미지를 바꾸어 풍부한 회화적 어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함께 발표한다.

"바다와 더불어"를 부제로 8~17일 박여숙화랑 (544-7393)에서 귀국전을
가질 최씨는 12살때인 지난 67년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주, 온타리오
미대에서 실험미술을 전공했다.

페인팅이외에도 조각 설치 영화 비디오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예술적
가능성을 실험하던 그는 70년대말부터 이미 유망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파리로 건너간 그는 캐나다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뼈저리게 소외감을 느껴야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이 처한 이중적 소외의 이면을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들은 96년이후 제작한 최근작들로 바닷속을 떠다니는
잘려나간 인간의 육체를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강한 소외감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함께 출품한 "조명상자"는 긴 폴리에스터 재질의 상자에 오일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다음 상자안에 조명기구를 설치, 불빛이 새어나오게 꾸민
설치작품.

상자는 불빛이 있거나 없거나 동일한 실재이지만 느끼는 감각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지각과 지식의 한계성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