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사계절을 그림처럼 감상한다"

화사하게 핀 봄꽃, 싱그러운 나무, 울긋불긋 물든 단풍, 온세상을 새하얗게
뒤덮는 눈...

철따라 다른 빛의 옷을 입는 우리나라 자연은 그 자체로 조물주의 작품이다.

엘비디자인(대표 황옥채.517-1697)이 설계한 성북동 H씨집은 창문을 액자
삼아 자연이란 그림을 전시해놓은 화랑과 같다.

단순 채광이나 시야 확보를 위한 창 개념에서 벗어나 격자틀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표정의 바깥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두 세대가 함께 거주할수 있도록 본채와 별채로 나눠 설계된 이집은 볼륨감
있는 외관이 특징.

지루한 평면으로 이루어진 주택형태를 탈피, 박스로 된 공간을 여러개 뭉쳐
놓은 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따라서 창문도 일률적인 남향이 아니라 방마다 동.서로 다양한 변화를 줬다.

실내는 작은 복도로 분할해 공간마다 독립성과 방향성을 부여했다.

별채 2층엔 넓은 발코니를 마련해 다목적으로 활용할수 있게 했다.

철재로 현대적 감각을 살린 구조물이 특징.

지붕은 동판소재에 수직적인 몰드로 처리했다.

수평 수직이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외벽재는 주로 드라이비트를 사용했으며 석재로 된 수평띠를 둘러 건물
전체가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가꿔진 정원은 건물의 미관을 한결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자형태로 자리잡은 본채와 별채는 밝은색 블록을 깔아 연결시키고 건물과
정원사이엔 얕게 나무울타리를 세워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

조경석과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은 서서히 거닐며 사색하기 좋은 공간.

한쪽에 나무로 정성스럽게 만든 쉼터에선 화창한 날 온가족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면 좋을 듯.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