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대 경제학교수 폴 크루그만의 신저 "팝 인터내셔널리즘"
(Pop Internationalism)은 국가경쟁력 지상주의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강박관념이다.

경쟁력이란 기업단위 분석에서 유효한 개념일뿐 거대 경제단위인 국가를
분석할땐 의미없다"

자유무역 신봉자인 그는 이 책을 통해 레스터 서로, 폴 케네디,
스티븐 코헨,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로버트 라이시 등 일련의
경제학자들과 로라 타이슨, 매거지너 등 일부 클린턴 행정부 고문들을
통렬히 비판한다.

미국의 국가 경쟁력 강화론자들은 개발도상국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되는 저가 수입품 때문에 미국내 산업이 위축되고 실업이 급증했다고
진단해 왔다.

이에따라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유지도 힘들어졌다는게
그들의 분석이다.

그들은 미국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정부가 교역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루그만 교수는 이들의 주장을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을 이용해 철저히
반박한다.

"국제무역에서 국가와 기업은 전혀 다르다.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좋은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고, 원가를 낮출수 없는
기업은 시장점유를 잃게 된다.

그렇지만 경쟁력이 낮은 국가가 무역을 하게되면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역을 하게 되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

크루그만 교수는 "Head to Head" (국내 번역본 "세계경제전쟁")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레스터 서로에 직격탄을 퍼붓는다.

"서로는 국제무역관계를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한다.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는 승자이고 수입이 많은 국가는 패자로 보는
그의 관점은 정치학적에선 의미 있을지 몰라도 경제학에선 그렇지 못하다.

그는 국제경제관계를 전쟁터로 묘사, 대중적인 인기만을 노린 "대중
국제주의자"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자문역이었던 그가 이들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것은 경쟁력 강화론자들의 주장을 따르다가는 보호무역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자원의 흐름을 왜곡시켜 개별 국가경제에 해악을 미치게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기술개발을 통한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무역을 촉진하는게 정부가 택할 유일한 길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크루그만 교수는 동아시아 개도국의 성장이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서구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주로 기술개발에 따른 효율성 증대로
이뤄진데 반해 동아시아 개도국들은 노동등 생산요소 투입의 양적 확대에
의존한다.

기술개발이 뒤따르지 않은 이들 국가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 책에 나타난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에 대해 국내 학계에선 대외
의존도가 심각한 한국 경제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경제성장 지속을 위한 기술개발 및 자유무역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그의
지적을 의있게 받아들인다.

( 한국경제신문사 간 김광전 역 7천원 )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