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서양화가 박서보씨(66)가 4월1~1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734-8215)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오랫동안 홍익대에 재직했던 박씨의 정년퇴임 기념전.

출품작은 67년부터 작업해온 "묘법" 시리즈로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1백30호 안팎의 작품 10여점과 2백~5백호짜리 10점 등 20여점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캔버스에 드로잉작업을 반복해 제작한 초기 "묘법"
시대를 거쳐 지난 86년부터 한지를 겹겹이 붙여놓고 고랑을 만든뒤 다시
호분으로 채색하는 후기"묘법"을 선보여온 박씨가 후기묘법보다 한단계
더 진전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전체적으로 직선의 형태가 수평선에서 수직선으로 변화됐고
기존의 작품에 나타났던 밭이랑 모양의 파인 자국들은 더욱 간결한 모습을
띠고 있다.

아울러 선묘의 구조가 짧게 끊어지지 않고 길게 뻗어나는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면서 독특한 평면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밖에 한쪽면을 평면으로 처리하거나 수직으로 파진 고랑에 수평으로
무늬를 넣어 또다른 변화를 추구, 서양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품을
더했다.

""묘법"은 명제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드로잉의 방법화다.

회화가 회화를 비판하는 자기 검증적인 요소야말로 그의 회화가 신선한
감각을 잃지 않는 요체다"라는 것이 미술평론가 오광수씨의 평.

박씨는 경북 예천 태생으로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왕성한 활동으로
일본과 프랑스 등 국제화단에도 널리 알려졌다.

79년 제11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부문 대통령상을 받았고 84년
국민훈장 석류장, 94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