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에 주목하라"

이번 시즌 패션의 포인트는 바지.

어느때보다도 다양한 길이와 디자인의 바지가 나와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크게 나타난 흐름은 두가지.

2~3년간 계속 유행하고 있는 긴 진바지와 무릎길이의 버뮤다팬츠가
공존한다.

패션진브랜드들은 "거리청소용"이라는 말을 듣는 진바지를 여전히 중심
아이템으로 내놓고 있다.

기존 바지보다 한단을 낮춘 허리선(허리가 골반뼈에 걸친다 해서 일명
"골반바지")에 허벅지는 꼭 맞고 종아리 바로 아래부터 폭을 넓힌 블랙진은
젊은층의 기본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 블랙진은 차분한 색상에 몸매를 잘 살려줘 준정장에 편입됐다.

비슷한 무채색의 재킷 셔츠와 매치시켜 출근복으로 입는 여성이 많아진 것.

블랙진외에 알록달록한 꽃과 복잡한 옵티컬무늬 제품도 있다.

버뮤다팬츠는 올봄 새롭게 부상된 아이템.

휴양지 버뮤다의 이름을 딴데서 알 수 있듯 버뮤다팬츠는 원래 리조트
웨어다.

무릎 아래위 10cm 정도의 바지로 헐렁하고 간편해 평상복이나 휴가
복장으로 이용된 옷.

그러나 최근에는 테일러드 또는 사파리재킷과 한벌로 만들어져 정장영역을
넘보고 있다.

디자인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아래로 갈수록 자연스레 좁아지는 기본형외에 아래가 나팔처럼 벌어지거나
밑단에 넓은 덧단을 댄 것, 꽃잎모양 아플리케를 붙인 것, 끝의 양쪽 솔기를
조금 튼 것 등.

길이가 어중간해 자칫 벙벙해 보일 수 있으므로 스트레치소재로 몸에 붙는
디자인이 좋다.

버뮤다팬츠는 일하는 여성이 활동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입는 옷.

따라서 소품도 같은 분위기로 맞춰준다.

뾰족한 하이힐은 피하고 옷과 같은 계통 색의 중간높이굽 로퍼(발등을
덮는 학생구두 형태)와 같은색 양말을 곁들인다.

가방도 체인달린 가죽가방이나 공주백보다 큼직한 숄더백이나 배낭이 좋다.

(주)신원 조은주씨는 "바지를 고를 때는 자기 체형을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엉덩이가 큰 사람에게는 허리높이가 적당하며 반대로 엉덩이가 작은
사람은 허리선을 최대한 낮춘 골반바지를 골라야 볼룸감이 생긴다는 것.

청소년들이 즐기는 힙합바지(폭이 매우 넓은 버뮤다팬츠)는 단정하지 않게
보일 수 있으므로 상의는 꼭 끼는 쫄티나 티셔츠를 고른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