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프로그램에는 보통 약간의 느슨함과 일탈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한밤엔 시청자들도 방송의 꽉짜인 틀이나 규격에서 벗어나는 파격을
은근히 기대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이 무성의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어느 시간대라도 방송은 모든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방송이 지켜야 할 공공성이나 최소한의 품격은 유지돼야 한다는 얘기다.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MBCTV "생방송 좋은밤입니다"는 인기
연예인 2~3명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다.

대화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에 머물고 말장난이나 성적 농담을 통해
웃음을 유발시키는 점에서 기존 토크쇼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MC로 임백천 이경규를 내세우고, 생방송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영화
촬영장 등을 연결해 현장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

24일 방송분은 처음부터 시청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임백천이 의례적인 오프닝멘트로 우스갯소리를 하는 장면.

당연히 화면중앙에 있어야 할 임백천이 한쪽에 치우쳐 있고 화면은
끊임없이 흔들렸다.

화면 구성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1인을 미디엄쇼트로 잡을 때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양쪽으로 약간
치우칠 수는 있어도 중앙에 위치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임백천은 몸을 계속 옆으로 움직였지만 카메라와 맞지 않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수선하고 정리안된 분위기는 방송 내내 계속됐다.

불안정할 이유가 없는 스튜디오카메라가 계속 흔들렸고 임백천은 평소의
노련한 진행솜씨에 아랑곳없이 실수가 잦았다.

생방송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정도는 우리 방송수준이 아니다.

이유는 사전준비 소홀로밖에 볼 수 없다.

임백천이과 이경규 모두 콘티를 사전에 이해한 것같지 않았고 리허설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방송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저속한 내용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대방이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손가락질.

임백천으로부터 시작돼 이경규로 이어지고 초대손님으로 나온 유동근까지
서로 손가락질을 해댔다.

또 밤중에는 꼭 베드신이나 키스신을 끄집어내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해야 하는가.

"히바리" 같은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왜색어도 등장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