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연극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앞장서야 한다"

24일 문예진흥원강당에서 열린 "저질연극 추방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연극계에도 시민모니터제 같은 소비자운동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속 마지막시도"의 사법처리로 외설공연 문제가 다시 떠오른 가운데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음란물범람의 심각성엔 모두
공감했지만 대응방안에서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연극협회의 정진수이사장은 ""외설연극"은
돈벌이를 위한 행위일 뿐 연극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를 연극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의 책임방기"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그는 또 "일일이 사법적 처리를 통해 단속하는 것은 낭비"라며 "현재
신고제로 되어 있는 공연자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출가 권오일 (극단 성좌 대표)씨도 예술이 아닌 음란물을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보호할수는 없다며 관련자들을 풍속사범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극계 인사들이 "독버섯 (음란물)을 자를 칼 (행정.사법적 규제
장치)"을 요구한 반면 다른 참석자들은 현행 제도안에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공연자 등록을 허가제로 바꾸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발제자로 참석한 홍승기 변호사는 "현재도 공연음란죄, 미성년자
보호법 등이 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예술성에 대한
판단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 여론조성 등을 포함한 예술시장의
자유경쟁 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연숙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신고제를 유지하더라도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방송수용자운동과 같은 소비자단체의
자율적 감시활동 도입을 제안했다.

"속 마지막시도"를 사법당국에 고발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기윤실)의 권장희 총무는 "음란물 확산은 연극뿐 아니라 영화, 음반 등
문화상품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라며 "독립성을 갖춘 민간심의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문화체육부의 한민호
사무관은 "청소년 보호법"이 통과돼 앞으론 준사법적 기능을 갖춘
"청소년 보호위원회"가 활동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각종 민간단체의 감시활동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상업극"."비상업극"으로 구분해 "공존"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순수연극을 현실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