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고려원이 22일 최종 부도 처리됨으로써
출판계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부도는 외국어 교재시장 진출 등 무리한 사업확장과 출판계의
장기불황, 한보 삼미부도에 따른 금융경색이 한꺼번에 겹쳐 일어난 것.

고려원은 법정관리, 대형 출판그룹으로의 인수, 또는 새 자본주를 끌어
들여야 할 기로에 서있다.

고려원 부도는 출판 서점업계와 문화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영세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도 우려된다.

고려원은 위탁판매 대신 어음선수방식으로 단행본을 판매해왔기 때문에
서점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단행본 유통은 서점에서 팔린 물량만큼 월말에 수금하는 위탁판매로
이뤄지지만 고려원은 출고물량에 해당하는 금액을 먼저 어음으로 받는
방식을 취해왔다.

따라서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될 대형 서점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출판사들에게 대금지급을 미루거나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출판계의
걱정이다.

고려원 박건수 전무는 "협력업체와의 신의를 바탕으로 재기에 힘쓰면서
"가족시네마" 재판발행과 "시경" "요설록" 등 예정된 출간을 계속할 것"
이라며 "외국어교재 제작이 마무리됐고 판매망도 완비됐으므로 문화사업에
뜻있는 자본주들을 끌어들여 회생시키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고려원의 부도설은 그동안에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93년 외국어 교재시장에 진출,95년부터 "오성식 생활영어"로 짭짤한
재미를 봤지만 지난해 "코츠코츠 일본어" 등의 판매부진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직면하면서부터 부도설은 더욱 잦아졌다.

게다가 최근 3년간 "리틀 링컨" "링거폰 아메리칸 잉글리시" "오성식
생활영어 비디오판" 등에 90억원을 쏟아부어 자금부담을 가중시켰다.

78년 설립된 구려원은 직원 2백여명이 연간 2백70여종을 출판,
2백여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대형출판사다.

올들어서는 재일교포작가 유미리씨의 화제작 "가족시네마" "풀하우스"
등을 발간했으며 연내 출판키로 계약한 외국 필자들도 1백여명에 달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