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정치와 사회현실을 아크릴릭과 종이부조 캐리커처 설치 컴퓨터아트를
통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색전시회가 기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4월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화랑(733-4545).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작가 임옥상(48)씨가 마련한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문민시리즈" "청와대" "역사앞에서" "보안, 안보" "시화호" "우리시대의
풍경" 등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들로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풍자한 근작들이다.

암울한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임씨 특유의 기발한 조형언어로
담아내 보여줄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들은 하나의 거대한 대형설치작업의
형태로 구성돼 흥미를 더해준다.

전시장은 캐리커처와 만화기법의 작품과 종이부조가 걸려있는 벽면, 물로
가득 채워진 공간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장식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개념을 드러낸다.

관람객들이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분단과 현실사회의 모순 등 질곡의 역사를
몸으로 체험할수 있도록 꾸며진 전시장은 크게 3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왼쪽방에는 "숙주와 함께 그들도 망했다"는 현실정치를 주제로 한 컴퓨터
게임작품이 놓여진다.

또다른 방에는 한미관계및 마지막 분단국가로서의 애환을 형상화한 시계와
청년인물상이 배치된다.

이와함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10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김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역사인물 30여명의 그림을 대비시켜 꿋꿋하게 지켜온
역사의 절대성을 암시한다.

마지막 세번째 방은 전시장바닥을 10cm깊이의 물로 가득 채운 다음 철조망을
압축해 만든 징검다리를 설치한 전시공간.

관람객들은 징검다리를 밟고 다니면서 물속에 비친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와
현실을 잇는 체험을 하게 된다.

임씨는 이번 전시회에 이어 곧 4월10일~5월22일 미국 얼터너티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75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은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의 세계화단 데뷔무대의 역할을 해온 곳이다.

임씨는 서울대 회화과및 동대학원을 졸업뒤 프랑스 앙굴렘미술학교에서
수학했고, 학원미술상 가나미술상 토탈미술상을 수상했다.

흙과 자연에 대한 애정, 군사정권하의 폭력, 분단현실, 부패한 정치에 대한
비판 등을 주제로 활동해온 그는 풍부한 상상력과 강도높은 비판정신, 사실성
이 뛰어난 독창적 조형세계로 민중미술권에서는 드물게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