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고만 인식돼온 한국 고전 50여권이 한글로 쉽게 풀이돼 나온다.

솔출판사(대표 임우기)가 조선시대 문학 역사 철학 등 한국사상을
대표하는 고전을 번역, 한글로 편집한 한국학 총서 "나랏말"을 내놓기
시작했다.

임대표는 "고전을 경량화하고 한글세대의 감각과 언어에 맞도록 새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 총서는 박찬수 민족문화추진회 사무국장, 송기호 서울대국사학과 교수,
신승운 성균관대문헌정보학과 교수, 정민 한양대국문과 교수, 한문학자
조수익씨 등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에서 엄선한 고전들.

민족문화추진위원회(회장 이우성)의 고전국역총서를 바탕으로 하되 오역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번역판까지 참고해서 엮었다고 임대표는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원전의 옛스런 맛을 살리면서도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도록
한문투와 고어투를 구어체 문장으로 번역한 점과 책 전체를 완역하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을 발췌해 실은 점이 특징.

대중화를 위해 1권을 4.6판 양장본에 3백쪽 안팎으로 만들어 학교와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전철 버스 등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솔출판사의 이번 한국학 총서 시리즈는 한국 전통문화의 보고를 보존.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현대적 의미로 되새기게 하는 의미있는 기획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서점가에 선보인 솔출판사의 "나랏말" 1차분은 일연의 "삼국유사"
(전2권), 김부식의 "삼국사기"(전3권), 정약용의 "다산문선", 박지원의
"열하일기", 이익의 "성호사설", 성현의 "용재총화", 유중림의 "산림경제"
등 7권.

"다산문선"은 정약용이 유배생활의 외로움과 가족을 그리는 그리움이
잔잔히 배어 있으면서도 실학자적이 면모가 담겨 있는 책.

올바른 삶으로 이끄는 다산의 잠언이 소박 담백한 글로 펼쳐진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북경 열하 등을 여행하고 돌아와 엮은 여행기.

당시 존명사상에 얽매인 북벌책을 비판하고 서양의 신학문을 받아들인
청조의 문물을 수용, 이용후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이 담겨 있다.

성현의 "용재총화"는 일화를 통해 조선초기 굴곡된 양반제도 및 시대상을
꿰뚫고 있으며, 이익의 "성호사설"은 조선후기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모순을
파헤치고 있다.

유중림의 "산림경제"는 농촌생활을 경영하는 지혜를 일깨우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사를 밝히고 있다.

솔출판사는 1차분에 이어 올 상반기중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이황의
"퇴계집", 유길준의 "서유견문록", 허균의 "한정록", "이규보시문선" 등
20여권, 내년말까지 김시습의 "금오신화" 등 모두 50여권을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솔출판사는 이와 별도로 올해중 중국의 고전을 한글로 번역한 중국학총서
"온고지신"(가칭)을 내고 한-중-일 3국의 고대 및 현대사상을 주내용으로
하는 문예잡지도 창간할 예정이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