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서울"(감독 김의석)은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영화다.

"결혼이야기""그여자 그남자"(김의석 감독)같은 트렌디코메디를 생각했다가
분위기가 너무 달라 놀라고, 홍콩영화 "중경삼림"(감독 왕가위)을 똑닮은
화면구성과 배경설정 때문에 경악한다.

영화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애인과 함께 정기적으로 호텔을 찾는 늘씬하고 신비스러운 다리모델
(진희경)과 그를 사모하는 호텔 벨보이(김민종), 정에 굶주려 아무하고나
일회용 사랑을 나누는 호텔 전화교환원(최진실)과 우연히 그 삶에 끼어든
택시운전사(장동건)의 이야기다.

이들은 상대 커플을 알지 못하지만 깊은밤 도시의 호텔과 편의점 택시
등에서 스쳐 지나간다.

다리모델은 소매치기인 애인이 교통사고로 죽은 뒤 호텔을 찾지 않고,
전화교환원은 유부남 애인과의 관계가 끝나자 택시운전사에게도 연락을
끊고 떠나버린다.

영화는 이들의 만남이 우연이었듯 헤어짐도 영원한 것은 아님을 암시한다.

영화는 도시의 갖가지 상징을 내보인다.

심야택시, 익명의 전화교환실, 핸드폰, 편의점, 네온광고판..

중심없이 방황하는 외로운 군상들이 이 배경속에 감각적으로 그려진다.

흔들리는 핸드카메라, 사선을 긋듯 빠르게 스쳐가는 화면은 보기 민망할
만큼 "중경삼림"을 연상시킨다.

금성무의 통조림대신 김민종이 컵라면을 먹고,왕정문의 스튜어디스차림
대신 최진실의 여군복이 등장한 것은 애교에 가깝다.

최진실이 유부남 애인(이경영)의 전화기가게에서 오르가즘상태를 연기하는
대목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레스토랑장면(맥 라이언)을 떠올리게
한다.

모방이라는 혐의를 빼면 나름대로 눈길을 잡는 힘이 있다.

화려한 출연진, 깨끗하고 감각적인 화면은 흥행의 기본을 보장해줄 듯.

윤종신 "환생" 비틀즈 "섬싱" 비발디 "현악합주곡"등 잔잔한 음악도 부담
없이 다가온다.

이쯤 되면 관객은 궁금해진다.

"괜찮은 기량을 가진 감독이 왜 비난을 무릅쓰고 모방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했을까".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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