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와 미감을 대표하는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백자, 한국미의 새로운 가능성전"이 20~3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732-3558)에서 열린다.

백자는 용도에 따라 여러가지 기형과 문양을 나타내며 생활주변에서 다양
하게 사용되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생활용기.

항아리를 비롯 대접 사발 병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쓰여온 백자는 단순한 고미술품 차원을 넘어 당시의 생활상을 예민
하게 반영하는 동시에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를 응축하고 있는 결정체이다.

백자가 간직한 아름다운 형태미는 또 시대를 초월, 현대적인 조형감각을
능가하고 있어 최근 국제무대에서 높은 예술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선백자는 쓰이는 용도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과 함께 순백자를 비롯 청화
상감 진사문 흑유 철채 철사유 등 제작기법도 매우 다양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는 백자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백자항아리, 그중에서도 특히
순백자항아리의 조형적 특징과 새로운 미적 가치를 규명해보기 위한 기획전.

출품작은 조선 백자항아리중 예술성이 뛰어난 지름 50cm 내외의 대항아리
6점과 35cm 안팎의 중항아리 2점 등 모두 8점이다.

이번 전시작은 질박하고 검소한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장식이나 기교가
없는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들.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져 견실하게 제작된 항아리들은 또 우유빛 백색을
띠고 있어 지극히 평범하고 꾸밈없는 백자항아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순백자항아리는 음각 양각 투각 등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경우도 있으나
장식된 무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

무문항아리는 전시기에 걸쳐 광주분원의 관영사기공장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시기에 따라 15~16세기에는 구부가 밖으로 말리거나 숙여 세워진 형태에
몸체는 어깨에서 벌어져 서서히 좁아지면서 내려와 풍만하고 안정감이 있다.

17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짙은 회백색에 구부가 예각으로 깎인 특이한 모습의
둥근몸체를 자랑하며 가장 원순한 형태를 띠게 된다.

노화랑대표 노승진씨는 "이번 전시회는 백자항아리의 골동적 가치보다 백자
가 지니고 있는 현대적인 조형성을 새롭게 탐구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아울러 백자의 원형미를 철저하게 분석, 우리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고 밝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