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안 국내 비디오시장을 뜨겁게 달군 할리우드 여름흥행대작들의
대격돌은 "인디펜던스 데이"(FOX)의 13만2천장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속에
막을 내렸다.

1년중 최대 성수기인 겨울시즌의 비디오 시장은 소위 "섬머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할리우드대작들에 의해 완전장악됐다.

"인디펜던스 데이"에 이어 "더 록"(브에나비스타)이 12만4백장,
"이레이저"(드림박스)가 10만1천장, "미션 임파서블"(CIC)가 9만5천2백장,
"트위스터"가 8만3천4백장의 판매량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96년 출시작품의 편당 평균 판매량이 1만5천장 수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다.

이전의 국내 비디오 판매량최고기록은 96년1월 "다이하드3"가 세운
11만장.

"더 록"과 "인디펜던스 데이"가 한달 간격으로 최대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썸머 블록버스터들중 가장 화려한 성적을 가지게 됐다.

이 기록은 향후 국내 비디오시장의 상황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는
한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작품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올린 데는 대형 비디오출시사들의
치열한 판매 기록경쟁이 한몫 했다.

이는 비디오 출시일정의 절묘한 조정에서 잘 드러난다.

"이레이저"가 96년11월 먼저 출시된 후 "미션 임파서블"과 "더 록"이
12월초순과 하순에,"트위스터"와 "인디펜던스 데이"가 1월초순과 중순에
각각 출시됐다.

같은 기간에 겹쳐서 출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간의 눈치보기가
볼만 했다는 후문.

하지만 할리우드대작들의 판매기록과 대형사들간의 판매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심각한 정체,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비디오시장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일고 있다.

비디오 대여건은 90년대초반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 94년에는 4만여개에
달했으나 이후 줄어들기 시작.

한 대여점이 현재는 2만여곳에 불과하다 줄어들었다.

12만장이라는 판매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전국의 모든 대여점이
5~6장씩 구입해야 가능하다.

대형매장을 제외한 대다수 대여점의 영세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형매장과 체인점중심의 덤핑숍들에 대한 밀어주기"와 일부분
반품을 조건으로 한 판매등 파행적인 방법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번 블록버스터의 판매기록 경쟁에서 보여주듯 월 1~2편의
흥행예상작들에 대한 대형사들의 매출경쟁은 그밖의 작품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져 "프로의 양극화"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우일영상과 SKC, 스타맥스등 주요제작사는 렌탈시장의
왜곡된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 "개봉반품 허용금지"등 불법 영업을
근철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시즌 대공방에서는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일선 대여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