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을 음악으로 듣는다"

세계 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음반으로 만들어져 5월초
선보인다.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 종림스님)가 팔만대장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테마음악을 작곡, 보급키로 한 작업이 결실단계에
들어선 것.

음반제작은 가수겸 작곡가 김수철씨가 맡았다.

영화 "서편제" 주제음악 등을 통해 국악과 양악의 접목작업에 힘써온
그는 해인사 주변의 음향녹음을 마치고 정악 작곡에 몰두하고 있다.

5월초 부처님오신 날에 맞춰 서울에서 열릴 대장경전시회에 맞춰
1,2집을 CD와 테이프로 출시하고 11월까지 3,4집을 마저 내놓을 계획이다.

제작비는 5억원정도.

팔만대장경 테마음악에는 염불을 포함한 해인사의 모든 소리가 담기게
되며, 대장경에 들어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선율로 재현된다.

제1집에는 간경 (스님들의 독경소리)과 아침종성 (종을 치고 염불하면서
아침을 여는 소리), 성철스님 특유의 아비라 기도 등을 담고 쇠북 운판
목어 풍경소리까지 가미해 산사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계획.

2집에는 팔만대장경의 내용이 정악으로 담긴다.

3집은 청소년들이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국악과 양악을 접목시켜
대중화하고, 4집은 유럽 미국 등 서구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꾸민다.

팔만대장경의 음반화작업은 95년 12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 지정
직후 대장경연구소가 김수철씨에게 의뢰함으로써 본격화됐다.

대장경연구소 부소장 현기스님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워낙 방대한 작업이어서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계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수철씨는 "새벽 3시 예불소리부터 늦은 밤 선방의 죽비소리까지
산중고찰에서 울리는 소리 20여가지를 1집에 담았다"며 "대장경의 숨결과
우주적인 정신을 깊이있는 선율로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팔만대장경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그렇게 우수한 문화재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적어 안타까웠다"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과
문화재보존 노력을 축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