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자 조동일씨 (서울대 교수)가 생극론으로 연극.영화미학의 기본
원리를 밝힌 "카타르시스, 라사, 신명풀이" (지식산업사)를 내놨다.

생극론이란 "생성과 극복, 화합과 갈등이 별개가 아니고 하나"라는
그의 철학.

이 책은 그의 세계 문학사 재정립작업 (6권)중 첫 결실.

고대그리스극의 "카타르시스"와 인도 산스크리트연극의 "라사", 한국
전통극의 "신명풀이"를 비교 분석했다.

또 연극미학의 기본원리를 영화에 적용, 21세기 영화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의 폭풍에 맞서려면 서양극의 카타르시스에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극의 신명풀이에 맞춰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에 따르면 카타르시스는 갈등과 비극적 요소를 중시하며, 라사는
조화와 관중의 몰입에 주력한다.

이에 비해 신명풀이는 극중 갈등에 관중이 개입하고 등장인물과 함께
조화를 이뤄나가는 행위.

탈춤과 판소리는 신명풀이 원리를 잘갖춘 민중예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영화로 꼽히는 "서편제"조차도 이런 원리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판소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준 공적과 아름다운 우리국토의 모습을
담은 영상미는 장점이지만, 판소리예술의 본질을 카타르시스로 오해하고
신명풀이에 대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것은 결정적인 과오라는 것.

따라서 그는 카타르시스, 라사, 신명풀이를 한데 결합시킨 새로운 연극.
영화이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춤에 들어있는 신명풀이의 원리를 받아들여 이를 상보적으로
재창조하는 "생극영화"를 만들어야 앞으로의 영화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