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복제실험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인간복제를 다룬 소설들이 주목받고
있다.

복제인간과 인조인간, 로봇인간은 개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도전이자 신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생명과 인격을 지닌 "누구"인가가 아니라 "무엇"인가로 인식되는
물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다룬 소설도 뒤집어보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하는 문제로 축약된다.

현재 서점에 나와 있는 관련소설은 20여종.

등장 "인물"은 세가지.

유전자조작으로 탄생한 생물학적 복제인간과 정교한 인공피부 및 지능을
가진 로봇인간, 환자나 장애자를 수술로 개조한 경우 등.

신예작가 김경욱씨의 장편 "모리슨 호텔" (열림원)에 삽입된 얘기도
그중 하나.

주인공이 번역하는 소설내용이긴 하지만 인간존엄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과 닿아있고,주제 전달을 위한 암시적 요소로 활용돼 주목된다.

번역중인 소설은 "부메랑 017".

미 국방성이 극비리에 추진중인 부메랑 프로젝트에 얽힌 얘기다.

부메랑은 인공피부와 지능을 갖춘 킬링머신.

정해진 타깃을 어김없이 제거하고 복귀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린다.

사건은 모의작전 도중 뇌파에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부메랑 017이
사령부의 통제를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된 전파탐지기 유도장치와
리모트컨트롤 폭탄을 제거한다.

그러나 그는 나탈리에게 사랑을 느끼는 바람에 나탈리를 인질로 잡은
마이클박사에게 목숨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부메랑은 "생명창조는 신성한 것"이라며 "나같은 존재를
만들지 말라"고 절규한다.

유전자조작으로 생명창조의 비밀에 도전하는 것으로는 장강명씨의
"클론 프로젝트" (동아일보사)와 박이요씨의 "악령의 키스" (정음문화사),
의학스릴러로 유명한 미국작가 로빈 쿡의 "DNA" "돌연변이" (열림원),
일본작가 세나 히데아키의 "제3의 인간" (한뜻) 등이 눈길을 끈다.

로봇인간을 등장시킨 작품으로는 국내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인 "창작기계"
(서울창작)와 아이작 아시모프.로버트 실버버그 공저 "양자인간" (두산동아),
딘 쿤츠의 "복제인간 알피" (고려원) 등이 있다.

"창작기계"에 수록된 이상운씨의 "권태증후군"과 서희원씨의 "부활"에는
인조인간의 비애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양자인간"에 나오는 주인공 앤드류의 경우는 더하다.

그는 고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지만 죽음에 이르는 방법에서
다른 "제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인간에 대한 동경때문에 자신의 양전자 뇌를 신진대사가 가능한
신체기관들과 연결시킴으로써 "해체"가 아닌 "노쇠"의 단계를 체험한다.

세포가 늙어 서서히 죽는 "인생"을 체험하는 대가로 그는 사랑과 희생의
감정을 맛본다.

환자나 장애자 개조하는 경우도 섬뜩하기는 마찬가지.

간질환자의 몸에 제2의 뇌인 초소형 컴퓨터를 이식해 전혀 새로운
인간으로 변형시키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터미널 맨" (현대정보문화사)이나
정신박약자를 수술해 명석한 두뇌 소유자로 둔갑시킨 뒤 그 갈등과 고뇌를
펼쳐보이는 다니엘 키스의 "생쥐에게 꽃다발을" (잎새) 등이 여기에
속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