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의 진위를 가리는 기준이 마련된다.

국내 양대 판화 관련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판화미술진흥회 (회장
김태수)와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장 한운성)는 최근 판화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오리지널과 복제품 리프로덕션 등에 대한
공식기준을 정해 최종 협의를 거친 뒤 시행키로 했다.

한국판화미술진흥회는 7~1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판화미술제"를
계기로 "판화의 가치판단을 위한 지침" (시안)을 정하고 판화의 올바른
보급과 유통질서 확립에 앞장서 나가기로 했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지침은 먼저 오리지널판화의 개념을 정리한 뒤
유사점이 많아 혼란을 빚고 있는 모노타입 복제판화 부조판화 사후판화의
차별성을 규정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우선 오리지널판화는 <>작가가 판화를 찍기 위한
작업에 직접 참여해 제작한 경우로 한정하되 <>제판은 물론 공방 혹은
프린터에게 작업을 위임할 때도 작가의 책임하에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오리지널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작가의 친필사인과 일련번호를
표시하고 작가보관용인 AP판은 전체의 15%이내로 제한했으며 에디션이
끝난 판화에는 종료표시인 CP를 명기토록 했다.

유럽과 일본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후판화의 개념을 규정한 것도
이 지침의 특징.

사후판화 제작 때는 전체 매수와 작품의 일련번호를 표시할수 있으나
이 경우 작가의 사인대신 유족 혹은 관리자의 책임하에 찍었다는 별도의
표시를 남기도록 했다.

논란이 많은 복제판화 (리프로덕션)는 <>색분해 등의 방법과 인쇄
기법으로 원작품을 복제한 것 <>원작품을 토대로 제3자가 제작한 것 등
두 종류로 구분했다.

이경우 작가의 사인이 있고 매수가 제한되더라도 오리지널과 구분하기
위해 별도로 공방또는 프린터의 이름을 명기토록 했다.

이밖에 <>모노타입은 복수제작이 불가능한 1회성 판화 <>부조판화는
지형을 떠내는 방법으로 제작한 판화로 각각 용어를 정리했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도 8일 오후 2시 예총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오리지널판화의 규정"을 채택했다.

양대 판화단체의 시안들은 이른바 "빈규정" (60년)과 "유네스코규정"
(63년)을 충실히 따르면서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정된 점이 특징.

따라서 협회시안도 오리지널판화의 개념 및 정의, 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작업상의 요건과 부속규정으로 사후판화 복제판화에 관한
내용 등 진흥회 시안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진흥회가 오리지널판화 제작시 보관용인 AP판을 전체의 15%로 제한한
반면 협회는 10%로 제한했고 50장 이내의 작품은 5장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구체화했다.

그동안 판화의 복수개념을 잘못 이해하거나 악용, 유통질서를 위협해온
경우가 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판화규정 제정은 앞으로 화랑들의
판매관행이나 제작방식에 지침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