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한-중간의 황장엽비서 망명사건
처리를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황장엽비서의 망명이 북한 김정일정권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분석하려는 정부와 학계의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이같은 시점에서 최성고려대강사(36.정치외교학과)가 김정일및 북한
권력엘리트 구조를 분석한 뒤 북한정권의 조기붕괴 가능성을 알기쉽게
설명한 연구서"북한정치사-김정일과 북한의 권력엘리트"(풀빛간)를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좌우 어느한쪽으로 편향되기 일쑤였던 국내의 북한관련연구는
양적인 부족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심층분석이 이뤄지지 못한 실정입니다.

학술적인 연구 역시도 상당부분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지요.

그래서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북한의 고위급인사를 만나 토론한 내용과
10년가까이 중국 러시아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정치사 전반을 일관된 시각에서 살펴보면서 현재 상황을 실증적으로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이어 최박사는 "현재의 황장엽망명은 주체사상과 김일성주의, 후계체계를
정립했던 주체형 공산주의자의 이데올로기적인 자기반성이자 자살로
봐야한다"며 "구사회주의권 국가의 정통 맑시스트들은그들이 지향했던
이념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잠재해있던 혁명1세대와 2세대간,
김정일을 둘러싼 친인척간, 그리고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갈등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직화된 정치적 반대세력이 없고 물리력의 독점과 함께 철저한
정보통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등 주변국가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정권의 조기붕괴 가능성은 그리 높지않습니다.

또 북한의 조기붕괴는 자짓 유고와 같은 국지전적인 도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총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수령체계의 역사상황적 구조, 김일성
유일지도체계의 형성및 확립과정, 김정일 후계체제의 확립과정,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우리식 사회주의 위기, 김정일정권의 권력엘리트와
대남정책등의 내용을 통해 북한 정치권력의 어제와 오늘을 차례로 살피고
있다.

또 보론에는 "김정일정권의 조기붕괴 가능성과 북한의 정치변동
시나리오"를 실었다.

최박사는 그리고 남북한의 통일은 앞으로 정치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며 바람직한 남북경협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물론
기업인들의 북한사회에 대한 정치.사회적 이해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께 준비한 "북한학개론-김정일과 북한의 정치체제"도 다음주에
출간된다는 최박사는 고려대에서 "수령체계의 형성과정과 구조적 작동
메커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상임연구원과
강원대.성공회대강사를 지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