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로 나라안이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먹이사슬처럼 얽히고 설킨
사회각계의 비리구조를 다룬 풍자 코미디 영화들이 잇따라 만들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월15일 개봉 예정인 "똑바로 살아라"와 3월1일부터 상영되는
"용병이반"이 바로 이같은 사회풍자물.

이들 영화는 또 1~2명의 스타에 의존하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유명
배우를 여러명 기용하는가 하면, 배우의 이미지를 과감히 바꾸는 작업도
시도, 주목을 끈다.

신예 이상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똑바로 살아라"는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모순구조를 포착, 고발한다.

비자금 처리문제로 인한 한바탕 소동을 그린 "돈을 갖고 튀어라"의
후속타 성격이지만 그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장사기 (오지명분)와 마고봉 (박중훈분) 등 사기꾼.

이들은 실명화되지 않은 고위 공무원들의 빌딩이나 검은돈을 등쳐 먹고
산다.

이들의 사기에 놀아난 고위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관련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아먹은 사람들이다.

부패한 공무원들은 사회적 체면과 자리보전욕 때문에 재산을 타인명의로
등기해 놓았거나 은행에 가.

차명계좌로 예치해 놓고 있다.

영화는 공정경쟁으로 이익확대를 노려야 할 기업들이 뇌물에 의존하고,
공무원은 뇌물의 대가로 한쪽편을 손들어줘 게임의 룰 자체를 깨버리는
"천민자본주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구조에서 한보사건은 차라리 당연한 귀결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장사기 일당의 눈에는 이들이 자기들보다 더 "똑바로 살지 않는"존재다.

이들의 사기행각을 보는 관객 또한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다.

이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치고 협박하는 장면이 군데군데
나오지만 이는 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본격 코미디로서의 완성도를 다소 떨어뜨리는 이 부분은 박중훈 김갑수
오지명 등 주연급 배우와 "약방의 감초" 명계남의 능수능란한 연기로
만회된다.

이현석 감독의 데뷔작 "용병이반"은 25억원을 들여 러시아 올로케로
만든 액션대작.

"테러리스트" "장군의 아들" "게임의 법칙" 등이 뒷골목 건달들의
액션이었다면 "용병이반"은 사회적주제를 다루면서 영웅을 만들어내는
헐리우드식 액션이다.

이 영화의 액션히어로는 인물은 박상원 (용병 이반역).

이반은 러시아 외인부대 출신으로 한국인 프리마돈나 지혜의 경호를
맡게 된다.

러시아 마피아의 위협으로부터 지혜를 지키는 과정에서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반은 경호과정에서 칼에 찔리고 총에 맞지만 불사신처럼 일어선다.

영웅 탄생 순간이다.

이반이 없는 사이 지혜가 납치된다.

돌아온 이반은 람보처럼 단신으로 마피아 본거지에 쳐들어가 지혜를
구출한다.

영화의 첫부분과 끝부분 총을 난사하는 이반의 액션이 포인트.

성실한 지식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박상원에게 액션연기를 맡긴
부분이 의미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 끝에 갈수록 액션의 강도가 약해진다는 점과 이반과 지혜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당위성이 부족해 스토리에 허점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