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극은 장례식이다. 죽지 않은 자신을 죽이고 과거를 비춰온 것이다.
이것은 나의 정신, 가족 그리고 죽음을 더듬어가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이다"

올 1월 소설 "가족 시네마"로 일본 아쿠다가와 문학상을 수상한
유미리씨가 밝힌 그의 연극세계다.

이같은 유씨의 독특한 작품 성향이 잘 드러난 희곡"물고기의 축제"가
국내 연극무대에 오른다.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유미리붐"을 타고 극단민중 (대표 최은미)이
92년 일본 기시다희곡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3월1~27일 정동극장
에서 공연하는 것.

작가의 자전적 색채가 강한 "물고기의 축제"는 뿔뿔이 찢긴 가족들이
막내아들의 죽음과 장례를 통해 반목과 미움을 털고 서로를 이해하는
화해의 과정을 그린다.

공사장에서 실족사한 둘째아들 후우요의 장례식에 아버지 어머니 형
여동생 등 온가족이 모인다.

그러나 가족들은 도박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와 생계를
위해 술집에 나가던 어머니의 이혼, 불우한 환경 속에서 증오와 적대감을
갖고 뿔뿔이 흩어진 기억등 지난날의 갈등과 상처를 드러내며 서로
원망한다.

후우요의 일기장을 통해 그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가족들이 다시
한 곳에 모이게 하기 위한 바람에서 이뤄진 자살임을 알게된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후우요의 관에 헌화하고 차례차례 못질을 하면서 영원히 떠나 버린
후우요에 대한 깊은 상실감에 빠지는 가족들.

후우요의 아기를 가진 여인이 등장하며 상실감은 커져가고 서로를
돌아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확인한다.

"물고기의 축제"라는 제목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죽는 물고기의
회귀성을 상징한다.

태어날 때와 같은 무게인 3.3kg으로 돌아간 후우요, 그토록 증오했던
가족들이 처음처럼 한 곳에 모여 서로에 대한 사랑과 동질성을 확인하게
되는 장례식은 "축제"가 된다.

94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윤광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교수는 "섬세한 원작의 흐름과 가정의 소중함에 천착하는 작가의
의도를 시적이고 상징적인 무대와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십분
살리겠다"고 밝혔다.

김혜영 홍경여 이대영 노미영 등 극단민중의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문의 773-8960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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