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내 구조선총독부건물 부지 땅속에 박혀 있는 나무 말뚝
9천3백88개를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경복궁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는 문화재관리국 (국장 정기영)은 일제가
1916년 조선총독부건물 착공에 앞서 지반을 다진다며 이 건물부지 지하
4.2m 깊이에 가로, 세로 각각 60m의 간격으로 박아놓은 길이 4~8m의 대형
나무말뚝 제거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국장은 "말뚝을 그대로 나눴을 경우와 말뚝을 제거하고 다른
지반다지기용 구조물을 설치했을 때 나타나는 지반 강도 등에 대해 조사,
연구중"이라면서 "이 결과에 따라 말뚝 제거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관리국은 당초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이들 말뚝도 모두
제거한다는 방침 아래 올 1월부터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었다.

이미 80년이나 지난 말뚝들이 부식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데다
민족정기 회복차원에서 경복궁 복원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마당에
일제가 박아놓은 말뚝들도 시원히 뽑아버리자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선총독부건물 잔해물 제거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시범적으로
조사한 몇개의 말뚝들이 거의 썩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나무말뚝 제거작업에 대해 재고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국립중앙박물관측이 나무말뚝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어 문화재관리국은 종전의 입장을 계속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박물관측은 말뚝제거를 반대하는 이유로 <>말뚝윗부분의 깊이가 지표에서
4.2m 정도로, 지표에서 4m인 지하수위에 있어 말뚝이 거의 썩지 않은데다
<>백두산과 압록강변에서 베어온 이들 말뚝은 민족정기 말살차원이 아닌
지반다지기용이었고 <>말뚝제거에 따른 지하수위의 변동 가능성과 이에
따른 후속작업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그러나 한 시민은 "경복궁 한복판 지하에 구조선총독부건물의 잔해물인
9천여개의 말뚝이 박혀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면서 "정부는
구조공학과 비용문제 뿐 아니라 국민적 정서 등도 고려해 말뚝제거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