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대규모 거리 탁발에
나선다.

불교조계종은 26일 오후1~5시 서울 탑골공원과 명동 상업은행앞,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앞에서 송월주조계종총무원장과 직할사암 주지스님등
3백여명의 승려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탁발행사를 갖는다.

또 용주사 신흥사 월정사 수덕사 직지사 해인사 쌍계사 화엄사 송광사등
조계종 25개교구 본사도 26일 전후부터 3월초까지 일제히 지역별
탁발행사를 갖기로 했다.

조계종이 지난 연말 시작한 "한민족 공동체를 위한 성금모금사업"의
일환으로 준비된 이번 탁발은 북한동포와 중국의 조선족동포는 물론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국내의 이웃과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석가모니가 청정과 무소유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직접 실천했던
전통적인 불교수행법의 하나인 탁발은 스님들이 손에 바리(승려의
밥그릇)를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출가자에게는 사욕없는 생활태도를 갖도록 하고 수행자의 마음을
낮추게 하는 의미를 지니며 중생들에게는 불교와의 인연을 맺어주며
복의 종자를 심어준다는 뜻이 담겨있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이후 유랑 잡승에 의한 탁발의 폐해가 끊이지
않자 모든 승려의 탁발행위를 일체 금지시켰던 조계종이 30여년만에
대규모 탁발에 나선 것은 원래 취지를 살려 이웃과 고통을 나누고
청정한 삶을 실현하는 사회분위기 고취를 위한 것이다.

"한민족 한생명 하나됨을 위하여"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탁발의
수익금은 그 절반을 빈곤에 시달리는 국내 이웃돕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북한동포와 조선족동포돕기에 반씩 나눠 전달하게 된다.

한편 이번 행사는 26일 오후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리는 "탁발의
날"선포식을 시작으로 오후2시부터 조계사-종묘-탑골공원구간에서 대규모
거리 탁발이 진행되며,오후5시에는 탑골공원에서 사회 각계인사와
불자연예인, 일반시민들이 참여하는 모금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밖에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과 명동 상업은행앞에서도 탁발행사를
갖는다.

또 용주사(28일 수원) 신흥사(3월4일 속초) 월정사(3월1일 원주, 3월2일
강릉) 직지사(26일 김천) 해인사(26일 진주) 쌍계사(27일 남해.하동)
화엄사(19~25일 순천.여수.구례) 선운사(26일 군산)에서도 탁발을
벌인다.

조계종기획실장 성광스님은 "이번 탁발이 승가의 청정한 수행풍토에
활력을 불어넣고, 각종 사회사건등에서 보듯 혼탁한 우리사회가 자비의
마음, 화해와 원융의 정신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탁발행사를 종단차원에서 연례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성광스님은 개별 승려의 탁발금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취지가 좋은
탁발행사의 경우 부분적으로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중라고 말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