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장덕배는 자신을 "택시드리벌"이라 소개한다.

택시드라이버가 정확한 발음이라고 얘기들어도 그는 "택시드리벌"을
"잘못된 우리나라 교육정책 탓이라"며 애써 고치려하지 않는다.

28일~3월18일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 가면 재기 넘치는 젊은 재주꾼
장진(27)이 우리사회의 전형적인 소시민으로 창조해낸 장덕배를 만날 수
있다.

장진이 희곡을 쓰고 직접 연출하는 "택시드리벌".

"문제적인간 연산" "파우스트" "빠담 빠담 빠담" 등 공연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뿌리며 관객을 끌어 모은 극단유 (대표 유인촌)가 "젊은 작가와의
만남"이란 기획으로 무대에 올리는 첫작품이다.

개그작가 출신인 장진은 연극 영화에서 대본 연출 연기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허탕" "서툰사람들" "천호동 구사거리" 등의 희곡에서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발랄한 대사, 빠른 호흡등으로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택시드리벌"에서도 이같은 특성을 십분 살릴 계획.

서른 아홉의 노총각인 장덕배는 첫사랑의 환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거대한 도시속의 비좁은 틈을 택시를 몰고 누비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언제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환멸과 자학속에 머무는 장덕배는 그에게
사랑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택시와 낯선 손님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연극은 장덕배가 한 여자가 두고 내린 가방을 보면서 하룻밤동안
일어나는 상상과 환상 회상의 단편들이 구성극형식으로 펼쳐진다.

상상속 가방 주인은 첫사랑 연인과 같은 모습이 되고 주인과 새로운
삶을 꿈꾼다.

밤새 고민하던 덕배는 가방을 열고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하지만 "도둑놈"
"성폭력미수범"이란 욕만 듣는다.

덕배의 분신으로 서낙과 지마가 등장,그의 내면을 해부하고 회상속에
나오는 승객들은 이 세상을 보여준다.

학생 시위대를 외면하는 오렌지족, 평양을 가자는 실향민 할아버지,
술한잔 걸치고 명예퇴직의 불안감을 털어놓는 샐러리맨, 현실적 득실을 잘
따져 결혼상대를 고르라는 시장아주머니, 살인이야기를 거리낌없이
지껄이는 폭력배들.

좌절한 덕배는 다시 핸들을 잡으며 자신을 지금과 같이 초라한 존재로
만든 것은 바로 억압적인 도시임을 깨닫는다.

장진은 "우리 세상을 들쑤시고 분해해 고통이 있다면 치유하고 즐거움이
있다면 확인하려는 은유의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시종 웃음을 잃지 않도록
코믹하게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6년간 주로 TV에서 활약하던 최민식이 장덕배를 맡아 연극무대에
복귀하고 가수겸 탤런트 엄정화와 유학파배우 우현주가 각각 서낙과 지마로
나온다.

권성덕 윤주상 유인촌 이용이 등 중견배우들이 택시승객으로 출연하고
한창 주가가 오르는 탤런트 박선영이 꿈속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흥행의 안전판으로 스타시스템을 내세워온 극단유 특유의 캐스팅이 이번
작품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문의 3444-0651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