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상화의 선구자 고암 이응로 (1904-1989) 화백의 대규모 유작전이
25일-3월9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734-6111)와 관훈동 가나화랑
(734-4093)에서 동시에 열린다.

지난 92년 두화랑이 공동 기획전을 연데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갤러리현대가 60-80년대에 제작된 문자추상회화작품 60여점,
가나화랑이 판화와 조각작품 50여점 등 모두 1백10여점이 선보인다.

고암은 전통동양화가 현대한국 추상회화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많은 단서를 제공했던 인물.

54년 홍익대 주임교수자리를 버리고 파리로 건너가 유럽화단에 동양
정신을 불어 넣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섰던 그는 이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2년간 옥고를 치르는 등 사상시비에 휘말려 아직까지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94년 호암갤러리 회고전때 나왔던 10여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공개작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평탄치 못한 삶속에서 민족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던 거목의 감추어진 예술세계를 살펴볼수 있는 보기드문 기회가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문자의 형태를 추상적으로 변형시킨 이른바 "문자추상"을 완성,
주목을 받았던 그는 초창기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 문자추상을 시작으로
기호화된 문자에 의한 구성적 추상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동양화정신의
기본인 "서화동론"을 주장하며 서예적 추상의 세계를 열어보였다.

갤러리 현대에서는 고암의 이같은 문자추상 전개과정을 한눈에 살펴볼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자추상을 완성시켜 가면서도 그는 판화와 목각
도기 테라코타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가며 말년에 이르기까지
현대예술의 실험정신을 한국화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펴왔다.

가나화랑에서 전시되는 고암의 판화 및 조각들은 이때의 작품들로 그가
말년에 중점적으로 제작한 목판 및 석판화 30여점과 나무조각 소품 및
종이찰흙 작품 20여점 등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