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이파리처럼 쓸모없어지면 좋겠네
가벼워지면, 새털처럼 작아져서 미천하면 좋겠네
저 건너 산과 들 환히 보이는 전망대 앉아
하릴없이 날리는 담배연기라면 좋겠네
선남선녀 마주 보고 부르는 태평성대
야호, 한 마디라면
뒤뚱거리며 날아가 어느 모서리에 박힌 미친 바람이면
단번에 능선을 넘는 한 줌 돌멩이라면 좋겠네
사람만 아니라면, 온전한 팔다리 머리가 아니라면
그것도 아니라면 좋겠네 아무 흔적 없이
바람 한 번에 까불거리는 지푸라기라면
눈시울 뜨겁게 하는 흙먼지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면 좋겠네.

시집 "야성은 빛나다"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