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미의 전형이 바뀐다.

풍성한 가슴과 코르셋으로 바짝 조인 허리, 빨갛고 또렷하게 칠한 입술,
칼날처럼 날카롭게 재단된 수트..마릴린 먼로, 그레타 가르보등에게서
비롯돼 서구미인의 전형으로 굳어진 글래머스타일이 사라져간다.

그 자리를 대신 메우는 것은 멋대로 풀어헤친 머리, 짝이 안맞는 듯한
옷차림, 느슨한 실루엣.

이런 스타일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보이시한 차림과는 다르다.

여성미를 표출하는 또 하나의 방식일 뿐.

미국패션지 "W"2월호가 "Undone Glamour(느슨한 글래머)"라는 제목으로
이 스타일을 소개했다.

이런 연출법의 핵심은 편안한 옷입기와 뭔가 하나 빠진듯한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태도.

고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 존 케네디2세와 결혼해 유명인사로 떠오른
캐롤라인 베셋 케네디, 배우 기네스 팰트로, 베르사체 전속모델 앰버
발레타가 이 차림을 가장 멋지게 소화한 사람으로 꼽힌다.

"Undone Glamour"의 원조는 초기의 오드리 헵번과 영화"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알리 맥그로등.

90년대중반에 이 스타일이 부활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디자이너 뮤치아 프라다.

부드럽고 편하면서도 우아한 그의 디자인은 세계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안 드묄메스터, 마크 제이콥스(97년부터 루이 뷔통의 새 계약
디자이너로 일한다), 마틴 싯봉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모두 늘어지는 실루엣, 레이어드룩, 사선형 끝처리를 즐긴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기에 엠마뉴엘 웅가로, 조르지오 아르마니같은 오트쿠튀르 디자이너들도
함께 흐름을 탔다.

"헌 스웨터처럼 편안한 고급의상을 만들고 싶다"(웅가로) "반짝거리는
이브닝드레스에도 납작한 슬리퍼를 함께 신을수 있다"(아르마니)는 것이
그들의 주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