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수 < 소설가 >

얼마전 남미 여행을 다녀온뒤 월간지에 여행기를 썼다.

참고 자료로 읽게 된 책이 "수탈된 대지"(박광순 역, 범우사 간)다.

우루과이 태생의 저널리스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쓴 "수탈된 대지"는
라틴아메라카가 미국을 포함한 유럽 선진국들에 의해 끊임없이 착취되고
파괴되어온 5백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직후인 15세기초 스페인의 "코르데스"는 불과
6백명의 병사로 멕시코의 아르테크왕국을 굴북시킨다.

곧 이어 "피사로"가 이끄는 2백명의 스페인 침략군에 의해 남미 중심부터
잉가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남미에 존재하던 여러 토착민 제국은 서구
못지 않은 문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었다.

선교의 명분을 앞세우고 남미를 정복한 스페인 침략군의 목표는 금.은을
비롯한 재물의 약탈이었다.

농사를 주업으로 살아가던 원주민들은 정복자에 의해 광산노동자를 끌려가고
일부는 안데스의 산간오지를 탈출한다.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했던 원주민들은 4~5년을 버티지
못하고 소멸되어 간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비옥한 토지는 서방자본가의 손에 들어가 커피 설탕 등
미국시장이 요구하는 원료작물 재배에 이용되고 이곳 토착민들은 저임금의
농노로 전락하여 연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역사전문가가 아닌 저널리스트다.

나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씌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필력과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할수 없었다.

특히 끊임없이 수탈되고 지배를 받아온 피해국민 입장에서 기술된 이 저서
에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민족적인 휴머니스트로서의 작가정신이 돋보인다.

1971년 이 책이 출판되자 남미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저자의 모국인
우루과이를 비롯한 국부통치 국가에서는 금서로 지정됐으나 학생들이 성서
처럼 품속에 감춰서 돌려 읽을 정도로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