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호두까기 인형"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동면에 들어갔던
개인 및 단체 무용단들이 곳곳에서 봄맞이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우수를 앞두고 먼저 봄맞이 춤사위를 보여줄 무용단은 선무용단
(Zen Dance Company) 현대무용단탐 서울시립무용단 등 3곳.

미국 뉴욕대 이선옥 교수가 이끄는 선무용단은 14~1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무가 : 바라밀다II-1997"이라는 제목의 선무를 공연한다.

선무는 동양의 선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이 개발된 춤.

이교수가 94년 파리르 롱 포엥극장에 올린 "선무가 : 바라밀다I"이 세계
최초의 선무다.

파리공연에서 이교수의 선무는 "조용하고, 신비로우면서도 찬란한
형상으로 관객을 정신세계에 몰입시키는 무용"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교수는 "인간내부의 유혹과 갈등을 춤사위로 극복해 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게 선무의 목적"이라면서 "정적인 춤사위에 현대음악과
설치악기를 더해 종합공연예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불교무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선무의 기법은 단전호흡과 화두, 수인법 등의 적절한 조화.단전호흡을
통해 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화두를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게 선무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선무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건강요법으로 활용될수 있다고
이교수는 말했다.

이번 무대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 6부로 구성된다.

내면의 흔들림에서부터 삼매와 절대진리에 도달하기까지 선의 전과정이
춤으로 형상화된다.

무용수몸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 포스트모던한 요소는 줄어들고 몸놀림
등 무용적 요소는 늘어난다.

17~18일 오후 7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춤무대는 현대무용단
탐의 솔로 공연.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했거나 재학중인 신인 무용수 8명이 정기공연과
레퍼토리 공연이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컬러를 보여주는
자리로 꾸며진다.

17일엔 김나영씨의 "후리지아의 창", 윤병주씨의 "인의", 김현진씨의
"달빛에 잠기다", 조양희씨의 "삼한사온" 등 4편이 올려지고 18일엔
엄성은씨의 "모멘트-일상", 성미연씨의 "의혹", 김예림씨의 "비오는 방",
김미경씨의 "레츠고" 등 4편이 공연된다.

현대무용단탐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조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8명이
각자의 개성을 강렬히 드러내는 신선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토용상설무대에선 서울시립무용단의
한국무용이 공연된다.

화관무 밤길 검무 풍속도 무당춤 진도북춤 부채춤 등 궁중과 일반에서
즐기던 춤들이 무대에 올려진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