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유럽 대표 작가들의 내한전이 잇달아 마련돼 서구현대미술의 최근
경향을 한눈에 볼수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선재미술관이 14일-3월 2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폴란드 현대미술전"을
여는데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은 21일-4월 6일 프랑스의 세계적인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내한전을 갖는다.

"자연과 문명의 여행"을 부제로 내건 폴란드 현대미술전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바카노비치 오팔카 보디치코 크라신스키 등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폴란드를 대표하는 현대작가들이 대거 참가하는 대형 기획전.

이들의 작품은 역사와 현실문제 등 다루고 있는 소재와 주제의식에서
한국 작가들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 흥미를 더해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신선한 작업이 크게 어필하고 있다.

보디치코는 폴란드의 현대 정치사회적 상황을 역사적 건물이나 장소를
필름에 담아 프로젝션화하는 작업을 펼쳐 각광을 받고 있고 크룩은 현실
상황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수있는 테이블의자 컵 옷장 등을 이용한
간접적이고 개념적인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 크라신스키는 전시장안을 테이프로 둘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의
작품을, 로바코프스키는 손으로 직접 필름에 그림을 그려 투사하는 독특한
비디오작업을 선보인다.

현대 프랑스의 최고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볼탕스키는 캐피탈지가 선정한
96년도 세계 1백대 작가 순위 7위에 랭크된 작가.

"겨울여행"을 부제로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키클럽" "프랑소아 C의
의복" "기념물" 등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을 포괄적으로
보여줄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한국현대사의 아픈상처인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4년 파리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고
현재는 낡은 사진과 헌옷, 낡은 양철통 등 일상적인 오브제를 사용하는
설치미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다루고 있는 테마는 유태인 대학살, 죽음, 장례, 지나간날의 화상
등 과거의 아픈 자전적 삶의 흔적들을 찾는데 집중돼 있다.

삶의 증거물들을 아무렇게나 흩어놓아 공통의 기억세계를 끌어내면서
역사의 주체인 평범한 사람들의 힘과 경건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그의
작업은 특히 보는 이로 하여금 자의적인 해석을 유도, 대중과의 융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한국인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그의 작품은 한국이란
지역성을 떠나 인류가 대면하고 있는 굴절의 역사를 고발것.

일본의 잔학상에 대한 윤리적 비판보다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종합적인
삶의 속성으로 통합해 오늘날 국경과 인종을 초월,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고통과 전쟁 페미니즘 성 폭력 돈 정치 권력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짚어냈다.

한편 볼탕스키는 이번 전시를 위해 13일 내한, 현장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개막일인 20일 오후 4시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