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소위 말하는 오리지날(original)의 개념이 점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세계가 일일 생활권화되어 가고,매스 미디어 위성방송 컴퓨터 네트워크
등의 발달로 각종 정보는 더욱 빠르게 세계도처로 전달되고 있다.

예술시장도 정보화 되어감에 따라 동일한 작품을 여러 사람이 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대가나 인기작가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래서 복수의 원화가 필요하게 되어,여러점의 동일한 원작을 제작하는
경우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조각의 경우 로뎅과 미로를 비롯하여 세자르에 이르기까지 브론즈에서
대개 복수작품에 기입하는 에디션(edition)을 적는다.

조각은 8점에서 12점까지 오리지날로 인정된다.

도자기도 틀을 짜서 흙물을 부얼 제작하는 경우에는 에디션이 가능하다.

판화는 다수제작의 특성을 갖는 대표적인 매체다.

동판화(인타글리오)의 경우는 단색의 다수제작이 용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샤갈은 자신의 동판을 에디션 제작이 끝난 후에 X로 그어서 더
이상의 에디션을 제작할 수 없게 하였다.

렘브란트의 판화중에 사인이 안된 것이 많은 것은 원판이 남아있어 사후에
다시 찍어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의 대가 프랑크 스텔라는 원화 못지않게 크고 다양한 판화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 제스퍼 존스의 판화작품만을 1백여점 수집하여
화제가 된 사람이 있다.

데이비드 위트니(David Witney)라는 개인 소장가는 존스의 모든 판화작품을
1960년대부터 수집했다.

처음 소장한 작품이 "과녘"으로 1960년 45달러에 구입해 1996년 11월
뉴욕의 크리스티경매에서 2만2천달러(한화로 1천9백만원)에 팔았다.

또 이날 경매에서 1960년도 존스의 판화작품 "2개의 국기"가 23만5천달러
(한화로 2억원)에 팔렸다.

위트니는 36년간 모은 존스의 판화작품을 그의 회고전에 맞춰 판매한
것이다.

제스퍼 존스는 과녘 성조기 숫자 미국지도 등 일상의 평범한 이미지에
예술성을 부여한 미국 최고의 화가로, 생전에 최고가에 작품이 팔려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피카소도 생전에 이렇게 비싸게 작품을 팔지 못했는데 존스는 1천8백만달러
(한화로 약 1백56억원)에 팔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존스의 회고전은 현대 미술의 중심도시인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A)에서 96년10월20일부터 97년1월21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됐으며
유럽과 독일 미술의 중심지인 쾰른의 루드벅미술관(Ludwig Museum)에서
3월8일부터 6월1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다수 제작되는 작품의 경우는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

에디션의 수가 2~3점인 경우는 원화와 별차이 없이 거래가 이뤄지나
에디션이 수백점이 될 경우(2백~3백점), 가격이 싸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외의 대가들도 상당수의 작품을 다수 제작하고 있다.

판화를 의뢰받아 제작하거나, 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공방이 국내
에도 상당수 생겨 수십점 혹은 수백점의 동일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