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김정호/공병호
출판사 : 한길사


사람이 진화의 과정을 통해 다듬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사람과
인류사회가 보이는 특질들을 진화의 관점에서 살피는 것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근년에 그런 노력은 큰 원동력을 얻어서 여러 분야에서 큰 학문적 성과가
나왔고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같은 새로운 학문들이 나타났다.

"갈등하는 본능"은 두 경제학자가 그런 학문적 성과들을 경제현상 분석에
적용한 저작이다.

생물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본능이라고 불리는 특질들을 나오게
했다.

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몇십억년동안 진화해온 까닭에 지구의 모든
종들은 그 오랜 세월의 기억들을 몸에 지니고 있으며 많은 본능들을 공유
한다.

그래서 사람의 기본적 본능들은 거의 다 파충류와 초기 포유류가 지녔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사회를 이뤄 살게 되자 종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환경이 나타났다.

자연히 옛환경에서 다듬어진 본능들은 새 환경에 맞지 않게 되었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점점 큰 문제들을 일으켜왔다.

그래서 저자들은 주장한다.

우리는 본능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일으키는 문제들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역기능적인 본능을 제어해야 한다고.

그런 주장은 실은 새롭지 않다.

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은 가슴과 머리사이의 갈등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지적해 왔다.

여기서의 가슴은 물론 사람이 파충류와 같은 선조들로부터 물려 받아
다른 동물들과 공유하며 성욕이나 공격성 같은 원초적 본능들을 제어하는
뇌의 부분을 가리킨다.

일부 학자들은 파충류적 복합체(Reptilian Complex)라 부르는 그런 부분이
뇌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인 대뇌피질보다 사람 행동에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새로운 것은 가슴과 머리사이의 그런 갈등을 경제현상 분석에
적용한 점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새로운 생물학적 발견과 통찰로 무장되어 큰 설득력을
지녔다.

그리고 진화라는 개념의 설명력에 대한 찬탄과 지적 즐거움을 독자들과
나누려는 열망이 글에 활기를 준다.

그러나 찬탄과 열망이 워낙 커서 때로는 그것을 제어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저자들은 초기 포유류의 야행성이 좋은 두뇌를 낳았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그런 주장은 상식과 어긋나고 제시된 근거들도 대부분
비논리적이다.

판게아가 약 1천2백만년전부터 나뉘기 시작했다는 진술처럼 편집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할 실수들도 더러 눈에 띈다.

복거일 < 소설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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