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깊고 진지하게, 표현은 경쾌하고 재미있게"

중견연출가 이상우씨는 70년대초반 서울대 연극반에서 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품어온 연극방향을 이같이 정리한다.

통일 인권 소외 등 현실문제를 다루되 관객의 주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쉽고 템포 빠른 코미디극"을 주로 만들어 온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씨가 20여년동안 추구해온 이같은 연극방식은 95년 가을 창단한 극단
차이무의 공연들을 통해 만개됐다.

"플레이랜드" "늙은 도둑 이야기" "비언소" 등의 무대에서 보여준 독특한
내용전개와 웃음, 관객들의 호응등은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요즘 이씨는 극단의 젊은 일꾼들을 이끌고 2월7일~3월23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네번째 차이무식 희극 "평화씨" 준비에 한창이다.

이씨가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하는 "평화씨"는 연극을 하려는 아파트
주부들의 이야기.

어느날 조작교 아파트 815동 지하실에서 연극을 조금 아는 "평화씨"를
중심으로 주부 5명이 모여 희극 "류씨스트라테"를 준비하기로 한다.

고대 그리스의 3대 희극작가중 한명인 아리스토파네스가 기원전 411년에
쓴 "류씨스트라데"는 도시국가들간의 끝없는 전쟁을 보다 못한 여자들이
담합해 섹스를 전면 거부함으로써 반전운동을 펴자 결국 남자들이 굴복,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이야기.

주부들은 남편 출근준비, 아이들치닥거리, 식사준비까지 해놓고 간신히
모여 연습하지만 진행이 쉽지 않다.

진지한 연극장면마다 경비원과 경찰이 끼어들고 남편들이 데려가는 등
희극의 내용과는 반대로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주부들은 각자의 불만도 털어놓고 그리스 여성들처럼 해볼까하는 생각도
품고 분단상황과 통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상우씨는 "2천4백년전 류씨스트라테의 이야기는 우리 분단상황과
통한다"며 "정치적.이념적 차원에서 어렵게만 생각되는 통일문제를
보통사람들이 쉽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겠다"고 말한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구도를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통일문제는 권력욕과
폭력에 기초한 남성적 방식이 아니라 사랑에 바탕을 둔 여성적 방식으로
풀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이처럼 진지한 주제를 쉴새 없이 쏘아대는 코믹한 대사, 스피디한
장면전환, 다양한 음악과 춤, 1인다역 등 "이상우식" 기법에 담아낸다.

"비언소" 주역들인 오지혜 박원상 최덕문씨 등 젊은 배우와 "칠수와
만수"때부터 이씨와 인연을 맺어온 강신일씨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문의 765-7469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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