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동경국제도서전 (TIBF97)이 23~26일 일본 동경 빅사이트 동관에서
열렸다.

도쿄국제도서전실행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북페어에는 일본과 한국 독일
등 세계 31개국에서 3백51개 업체 (일본 2백79, 해외 72)가 참가, 세계
출판물의 현황과 흐름을 보여줬다.

이번 도서전의 규모는 예년보다 다소 축소됐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총평.

주최측은 참가업체면에서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독립부스를 설치하지 않고 하나의 부스에 공동출품한 출판사가 많아
전체적인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일본의 경제불황이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또 도쿄북페어에 참가하는 해외출판사의 상당수가 일본보다 중국과
인도 시장을 겨냥, 상담코너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점차
일본을 통하지 않고 직접 현지 출판계와 접촉하는 것도 규모 축소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종합.해외출판.일반서적.잡지, 아동, 전자출판, 학습참고서.사전,
인문.사회과학서, 자연과학서, 인쇄.제본 등 부문별로 나눠 전시된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 전자출판물의 강세.

도서전임에도 불구하고 활자로 된 책을 볼 수 없는 전자출판 코너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 출판계의 변화를 한눈에 읽게 했다.

그러나 컴퓨터와 CD롬만 전시된 전자출판 부스의 출품작은 대부분
사전류와 어학학습, 만화, 요리와 인테리어, 아동, 역사.지리 등 동화상과
소리가 활자보다 효과적인 부문에 한정돼 활자책의 영역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음을 전했다.

장차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한 전자출판이 늘어날 것은 틀림없지만
일부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조만간 종이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임을
입증한 셈.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협)와 두산동아 웅진출판
금성출판사 진명출판사 등이 참가, 중국측과 함께 중앙통로에 자리잡았다.

내놓은 책은 3백76종 4백24권.

과학도서전문출판사인 성안당은 이와 별도로 일본출판사와 함께 공동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하지만 국내 참가사의 경우 주최측에서 해준 기본설비외에 조명 등
하나도 더 달지 않은 초라한 부스에 출품작 전시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일본은 물론 도서전을 자국 홍보의 창구로 이용하기 위해 애쓰는 다른나라
참가사와 대조를 이뤘다.

나춘호 출협회장은 이에 대해 "부족한 대목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며
"출판물은 한 나라의 얼굴인 만큼 국제도서전 참가등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도서전 참가는 이처럼 부진한 가운데 2백명이 넘는 국내
출판관계자들이 일본과 해외 출판물중 적당한 번역거리를 찾으려 일본을
방문, 출판물 수입역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에 비해 독일은 유럽 각국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EC부스와 별도로
대규모 부스를 마련, 저작권 상담과 함께 프랑크푸르트도서전 홍보에 열을
올림으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북페어 주최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도쿄도서전에 들린 고세현 창작과비평사 편집국장은 "창비 책중 일본어로
번역된 것이 30종도 넘는다"며 "내년에는 별도부스를 마련, 창비책의
저작권 수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도쿄 = 박성희 문화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