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가요톱10" (연출 박정미PD)의 립싱크
표시제도가 방송가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립싱크는 출연가수가 현장에서 실제로 노래하지 않고 미리 녹음된
테이프에 맞춰 입만 벙긋거리는 행위.

80년대 후반부터 댄스음악이 가요계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립싱크가
방송프로그램에 크게 확산되자 방송계 일각에서는 가수의 입만 벙긋거리는
행위가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립싱크를 금지시키지는 못할지라도 가수가 립싱크를 하는지 라이브로
노래부르는지는 시청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

지난해말 KBSTV 예능PD들은 이같은 의견을 반영, 립싱크를 표시하기로
결의하고 대표적인 가요프로그램인 "가요톱 10"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요톱 10"은 올1월부터 립싱크를 하는 경우 화면 한 구석에
테이프 두개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을 표시하고 있다.

22일 방송된 "가요톱 10"의 순위변동은 립싱크 표시가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위에 머물던 "쿨"의 "운명"이 3주연속 1위를 노리던 "H.O.T"의 "캔디"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던 "쿨"이 라이브로 노래한 반면
"H.O.T"는 계속 립싱크를 했다.

박정미PD는 "현재 "H.O.T"가 누리고 있는 폭발적인 인기를 감안할 때
"캔디"가 골든컵 (5주연속 1위곡에 주어짐)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시청자들의 엽서가 인기순위 결정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립싱크
표시가 순위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PD는 이어 "시청자의 알권리차원에서 립싱크표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청자들은 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립싱크표시가 타방송국으로 확산될 지는 아직 미지수.

MBC와 SBS측은 가요계 현실상 라이브로 노래하기 힘든 곡이 많으며
립싱크가수만 인위적으로 배척할 수 없다며 립싱크표시를 반대하고 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립싱크를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표시만
한다고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립싱크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 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만으로
방송에서 가수가 라이브로 부르는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