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그림에 주목하라.

수묵화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아파트가 주거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한 80년대초부터 서양화에
밀려 10년이상 애호가들에게서 멀어졌던 수묵화가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서양화내지 서양화같은 한국화에 식상한 컬렉터와 일반인들이 깊고 은근한
멋을 지닌 수묵화와 서양화라도 먹을 이용한 그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지난해말 경주를 제재로 열린 한국화가 박대성씨의 수묵화전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전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아파트와 사무공간에 나무 위주의 복고풍 인테리어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수묵화의 복권에 한몫 하고 있다는 평.

우리것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먹그림붐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주에는 고암 이응로화백의 15호짜리 산수화 "달과 나목들"이
1천5백만원, 산정 서세옥화백의 10호짜리 문인화 "장강출범"이 3백50만원에
각각 출품됐다.

서양화가 김창렬씨가 종이에 먹과 오일로 그린 "물방울"(20호)과 중견
한국화가 오용길씨의 수묵담채화 "봄의 소리"가 각각 5백만원에 나왔다.

고암은 동백림사건으로 끝내 귀국하지 못하고 타국에서 세상을 떠났으나
올해 국내에서 대대적인 회고전과 생가복원작업등이 이뤄진다.

산정의 산수화는 최근 보기 힘들고, 김창렬씨의 종이그림도 귀한 작품이다.

< 박성희 문화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