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25)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의 선하고 애처로워 보이는 눈빛은 간데 없고 도도하고 오만하며
야비하게까지 비쳐지는 것.

물론 평소 때의 그가 아니라 MBCTV 미니시리즈 "의가형제"에서 야심차고
비정한 흉부외과의 김수형이 될 때의 모습이다.

"욕먹을 만한 역할이죠.청춘물에서 제 나이에 맞는 착한 젊은이로만
나오다가 30세가 넘은 악역을 맡아 본격적인 성인연기에 도전하는 셈이죠"

무척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2회분까지 방영되고 나서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아 자신감이 생겼다고.

그래서인지 "의가형제"의 주촬영지인 강릉병원에서 촬영에 임하는
장동건은 김수형에 푹 빠져 있었다.

어머니가 수술 도중 의사의 실수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김수형이 된
장동건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 차가운 눈빛을 유지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것.

"나와야할 땐 안나오고"라고 읊조리며 쑥스럽게 눈물을 훔치는 그의
모습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 "홀리데이인 서울" SBS드라마 "모델"의 동시촬영으로 "요사이만큼
바쁜 적이 없었다"는 장동건은 김수형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웃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