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김은숙씨(50)가 동화집 "낙엽 한장만한 바람" (교학사 간)을
펴냈다.

이 책에는 사랑과 희망을 가꿔주는 "바우와 구슬" "달아기" 등 1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등불 하나를 켜면 온 땅이 두루 보이는 나라가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새가 되려고 한 왕자"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름다운 꿈을 주는 얘기다.

어린 왕자가 스승의 가르침대로 나뭇잎을 따라 춤추고 노래부르다가
할미새 한마리를 만났다.

들판의 찔레열매만 쪼아먹고 포도송이는 사람들이 먹도록 남겨둘줄
아는 착한 심성의 할미새는 왕자에게 이렇게 노래했다.

"비단옷 대신 가벼운 깃털옷을 입고 새둥지 같은 집에서 살며 네가
다스리는 사람들을 위해 포도송이를 남겨두렴"

임금이 된 왕자는 새처럼 찔레열매를 즐겨 먹고 탐스러운 포도는 백성들
몫으로 남겨두면서 부지런히 일한 끝에 온 나라를 환히 비추는 등불로
떠올랐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 자연과의 조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잔잔하게 가르쳐주는 동화다.

첫머리에 실린 "달래강의 로봇 손녀"는 현대문명과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서울의 아들내외가 시골 아버지에게 "로봇 손녀"를 보내 화면으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과 몇년동안 아들, 손녀를 직접 못만나고 이런
"괴상망측한 모습"으로 보아야 하는 할아버지의 고독감을 대비시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한다.

김씨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뒤 72년 "아동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83년 "빨간 왕관이 나라 하얀 왕관의 나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