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비좁다. 브라운관을 뚫고 스크린으로"

PD출신 감독들의 스크린 전쟁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지난해 앞다퉈 충무로에 입성했던 방송드라마PD들이 연초부터 속속
흥행 심판대에 오르는 것.

현재까지 감독 진출을 선언한 스타급 PD는 이진석 이현석 고석만 김종학
이장수 황인뢰씨 등 6명.

여의도의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던 베테랑들이어서 영화인들과 관객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성공여부가 복합영상시대의 앞날을 좌우하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충무로 입성 PD군단중 선봉은 이진석 감독.

18일 개봉되는 "체인지" (드림써치 제작)로 포문을 연다.

벼락으로 몸이 뒤바뀐 남녀를 그린 청소년 하이코미디물.

성에 민감한 세대의 눈을 통해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학창시절의
해프닝을 산뜻하고 유쾌하게 터치했다.

남녀 양성의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하이틴스타 정준과 김소연의
"끼"가 돋보이고 공포의 학생주임 이경영, 공주병 미술선생님 이승연의
새침떼기 연기가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전기수리공 박중훈, 동네 건달 권해효, 삼수생 김민종, 치질때문에
기묘한 표정을 연출하는 담임 이근희 등의 익살연기도 일품.

주인공 4명외에 조형기 임현식 박원숙 유인촌 박정수 오지명 등
호화 스타들이 금반지 하나만 받고 우정 출연했으며 제작비 전액
(14억원)을 일신창업투자에서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KBS PD출신으로 미니시리즈 "폴리스" 등을 연출했던 이현석 감독은
러시아 올로케이션 대작 "용병이반" (제일필름 제작)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러시아 외인부대 용병중 유일한 동양인이자 "푸른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인 보디가드 이반과 러시아 오페라무대의 프리마돈나 지혜가
펼치는 애틋한 사랑얘기.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이국적인 풍경이 결합된 액션 멜로물이다.

박상원과 신인 김지혜가 열연했으며 2월중 개봉될 예정이다.

"모래시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김종학 감독도 이달중 스크린
데뷔작 "쿠데타"를 크랭크인한다.

특수훈련 도중 조직을 이탈한 세 남자가 사회로부터 소외된채 경찰과
특수부대원에게 쫓기면서 서로 갈등하고 의리를 지켜가는 내용.

안성기 최민수 이정재가 주연으로 발탁됐으며 여주인공에는 탤런트
김경아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연예매니지먼트업계의 실력자 황정욱씨와 드림써치를 창업한 고석만PD는
30년대 미국 시카고를 무대로 한 선굵은 남성드라마 "제이슨 리"로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

알 카포네의 오른팔로 암흑가를 주름잡은 한국인 제이슨 리의 일대기.

미국 인터라이트픽처스와 합작.

차인표가 일찌감치 캐스팅 됐으며 타이틀롤로 박중훈 최민수 등을 놓고
최종 낙점에 고심중이다.

드라마 만화 소설 컴퓨터게임으로도 만들 계획.

"아스팔트 사나이" 이후 독립을 선언한 이장수PD는 삼화프로덕션과
코프로덕션 형태로 이장수픽춰스를 설립, 홍콩과의 합작 영화 "24시간
편의점" (가제)을 제작한다.

미국 대도시 뒷골목의 편의점을 배경으로 "내기 중독증"에 걸린 한국인
불법 체류자와 사랑을 찾아 헤매는 중국인 여자의 사연을 담는다.

정우성과 홍콩의 장만옥이 주연후보에 올라 있다.

또 황인뢰PD는 방송사 최초의 극장용 영화이자 올해 MBC 10대기획의
하나인 "해피 엔딩" (가제)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천사의 선택" "연애의 기초" 등 감성적인 묘사와 산뜻한 영상미를
선보여온 그는 PD로선 드물게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물.

영화감독과 술집 댄서간의 러브스토리가 뼈대.

김승우와 심혜진이 캐스팅됐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