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방지현씨(30)가 22~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보다
(725-6751)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Falling Angel"이라는 부제를 내건 이번 전시회에서 방씨가 발표할
작품은 700여장에 이르는 드로잉과 페인팅 7점.

"사람들은 천사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늘 동경하지만 현실은 그런
이상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현실세계를 빗댄 검은 안료덩어리의 밑그림위에 진흙속의 진주처럼
숨어있는 몇송이의 장미를 얹어 추한 현실속에서도 진정한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힌 그는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함께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부패한 비계덩어리를 연상케 하는 누런 왁스를 아무렇게나 흘려놓은 것은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나타내고자 한 것.

방씨의 작품은 물감과 안료덩어리가 뭉쳐진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이 특징.

단순하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지는 독특한 추상계열의 작업은 세련미와
함께 기호학적 질서를 보여준다.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자신의 감정이 흐르는대로 굳혀놓는 형태의
작업을 펼치고 있는 그는 "재료를 엉겨놓거나 반죽해놓는 행위를 통해
작가적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여대 서양화과와 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트를 졸업한 방씨는 뉴욕
하긴스홀갤러리전 등 3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현대미술대상전과 MBC미술대전
등에 입상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