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선현들이 남긴 서화 및 문필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고미술기획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민족정서의 산물이자 옛사람들의 풍류와 기개가 서린 다양한 형태의
서화를 모아놓은 이번 전시회들은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것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림화랑 (733-3788)은 17~29일 조선시대 명현들의
글씨와 사군자, 문인화를 모아 "고금명현유묵전"을 연다.

옛선현 80여명의 작품 1백20여점이 선보일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들은
1500년대에서 1900년대에 이르는 4백여년동안 그려지고 쓰여진 것들.

웅장하고 분방한 기개가 돋보이는 이정의 대그림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항복의 비필, 생동감 넘치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 5점, 대원군
이하응의 빼어난 석란도등은 대표적인 작품.

현란한 운치를 자랑하는 수은 유덕장의 설죽도, 단원 김홍도를 길러낸
강세황의 맑고 깨끗한 서체와 문기와 아취가 넘치는 심사정의 국석도와
그의 아버지인 심정주의 먹포도그림 등도 볼거리.

이밖에 고매한 인격과 칼날같은 지조가 서려있는 최익현 전우 김가진
신석구 등 우국독립투사들의 글씨를 비롯해 매국노였던 이준용과 이완용의
서화작품들도 선보인다.

대림화랑측은 미술품대중화를 위해 출품작의 판매가를 저렴하게 매기는
동시에 도록에 판매가를 명시했다.

작품가격은 3백만~8백만원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이기복의 40만원짜리
글씨에서부터 5천만원선인 추사글씨 2점, 6천만원짜리인 이하응의 석란도
등도 나와 있다.

그런가하면 12~30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아산방 (736-1134)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동국문화전"에는 조선초부터 개화기까지의 전통서화 및 민화류
1백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가운데 혜원 신윤복의 화첩 "한묵첩"중 4폭은 각각 산수 어해 화조 등을
그린것 으로 풍속 인물화가로만 알려진 신윤복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자료.

또 청대의 석학 완원의 "옹방강회고시"를 기록한 추사의 화첩과 각필체
10장으로 구성된 시첩, 토정 이지함의 글씨, 조선말기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석지 채용신의 화조도 8폭병풍과 백동자향락도 등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이밖에 겸재 정선의 와유첩중 3점, 강세황 이희수 양기훈 안중식
김규진 등의 작품들도 나와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