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토끼눈이 빨간 이유는 뭐예요?"

"엄마, 우리 멍멍이는 왜 매일 혀바닥을 내밀고 있어요?"

"아빠, 마젤란이 뭐하던 사람이에요?"

"엄마 아빠! 나 컴퓨터 다루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기나긴 겨울방학이 한창이다.

김과장 내외는 요즘 알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
때문에 무척이나 성가시다.

방학이 시작되자 마자 쉴틈 없이 늘어 놓던 놀이동산과 눈썰매장 타령이
한풀 꺽이는가 했더니 느닷없이 엉뚱한 질문들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명쾌하게 대답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른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김과장은
이같은 질문공세가 당혹스럽기만 하다.

숨가쁜 세상살이가 원망스럽기만한데, 뭔가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

겨울방학을 맞아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각종
과학상식및 인물이야기를 한데 모은 아동도서들이 잇달아 출간돼 세상사에
쫓기는 아버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고려원미디어의 "고려원 과학 퀴즈박사"(전8권), 보림의 "전통과학시리즈"
(전12권), 계몽사의 "365일의 인물"(전3권)등은 아이들의 질문공세에
난감해지는 아버지들을 도와줄만한 책들이다.

"고려원 과학 퀴즈박사"는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궁금증을 퀴즈로 풀어나가며 과학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한 초등학생용
과학교양서.

풍부한 삽화와 사진자료를 실은 한편으로 책의 내용을 만화식으로 꾸며
지루하지 않게 과학상식을 넓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이 책은 특히 과학 각 분야별로 어린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문제를 퀴즈
문답식으로 구성, 각각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도록 하고 있어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도록 편집됐다.

또 "왜 틀렸을까요"를 통해서는 틀린데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정답의
이유를 말해 줌으로써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과학원리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박쥐는 어떻게 똥을 눌까" "콩도 밤에 잠을 잘까" "오슬오슬 소름은 왜
돋을까" "사막에서 물을 마시고 싶으면" "자석에 붙은 돌이 있을까" "떠있는
자석도 무게가 나갈까" "달걀을 깨지 않고 세울 수 있을까"등 일반적인
과학상식을 허를 찌르는 질문들이 재미있다.

"고려원 과학 퀴즈박사" 시리즈는 "곤충과 작은 생물" "식물기르기"
"인체의 구조" "물과 공기" "하천과 바다" "자석과 전기" "무게와 천칭"
"빛과 소리"등 총 8권으로 구성됐다.

각권 6천원.

보림의 "전통과학시리즈"는 전통배와 가옥, 공예등에 깃들어 있는 선조들의
과학정신을 세밀한 일러스트레이션과 간결한 설명을 통해 알기쉽게 소개한
역작.

국내학자와 미술가를 동원해 우리 선조들의 삶에 투영된 과학적 사고과
인식을 소상히 밝혀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책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우수한 과학정신을 알려주기 위해
기획된 이 시리즈는 제17회 어린이도서상 시상에서 일러스트레이션부문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집짓기"편의 경우 동굴집에서부터 움집 초가집 기와집 궁궐의 건축양식을
차례로 소개한데 이어 터닦기와 주춧돌 놓기부터 벽과 바닥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떠한 과학적 지식이 원용되고 있는지를 컬러그림에 담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배무이"편에서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심해 매일 두차례식 배가 물어
젖었다 마르기를 되풀이하는 기후의 특성을 고려해 쇠못을 쓰지 않고
나무못을 썼던 것이나 방수를 위해 콩기름을 이용했던 지혜를 다루며
조상들의 과학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각권마다 뒷면에 용어풀이와 찾아보기를 마련,
관심있는 분야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총 12권의 "전통과학시리즈"중 "배무이" "집짓기" "옷감짜기" "청동기"
"농사짓기" "고기잡이"가 먼저 나왔으며 "셈과 셈도구" "우리말과 글"
"다리와 성" "생활용품 만들기" "우리음식" "우리놀이"는 앞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각권 7천~9천원.

계몽사의 "365일의 인물"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사를 움직여온 인물들을
하루에 한사람씩 소개한 일종의 인물탐구서.

총 366명(2월29일 포함)의 유명인물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은 어린이들이
1년동안 하루 한명의 인물과 그에 관련된 역사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지혜와 교훈을 얻도록 하고 있다.

계몽사는 366명의 역사상 인물의 배치는 <>우선적으로 잘 알려진 각종
기념일과 관련있는 인물의 경우 해당날짜에 서술했으며 <>각 인물들의
행적중 기록한만한 날짜가 있는 경우를 적용했고 <>마지막으로 태어나고
세상을 떠난 때의 순서에 따랐다고 밝혔다.

한 예로 "365일의 인물"에 소개된 17일의 인물은 조선말기 시인 정수동.

서당에서 글을 읽다 말고 졸고 있던 정수동이 훈장에게 들키자 "전
졸았던게 아니라 공자님을 뵈러 갔었다"고 재치있게 대답하는 내용의 일화가
담겨 있다.

호가 하원인 정수동은 번거로운 문장이나 허황된 형식을 배격하고 간결
하면서도 격조 높은 시를 썼으며 1854년 1월17일에 저서 "하원시초"를
펴냈다고 설명했다.

18일과 19일의 인물은 남극탐험을 놓고 아문센과 겨뤘으나 결국 한발
늦어버린 스콧과 현대미술의 시조이자 후기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 세잔이다.

각권 6천원.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