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홍두표 KBS 사장은 시무식을 통해 탄생 반세기를 넘긴 KBS의 나아갈
방향은 "공영성 완성"과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영
실천이라고 못박았다.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종사자 모두에게 기업마인드를
심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도 확고히 하겠다는 것.

안국정 편성운영본부장을 만나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알아봤다.

"KBS 직원들 사이에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필요한 방송만 내보내면
되지 않느냐는 의식이 팽배한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정이 다릅니다.

KBS도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개념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공기업 측면에서 공공성과 민간기업의 효율성이라는 두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합니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KBS는 다른 방송사보다 높은 시청률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이른바 "발상의 전환"이 더 중요한 것이죠"

안본부장은 새해에는 KBS의 신경영선언이 지향하고 있는 "저비용 고효율"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밝힌다.

KBS는 계열사가 많아 간접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감안,
직접제작비는 최대한 아낀다는 설명이다"

"세계문화유산의 해"시리즈나 "에베레스트등정" 등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과감히 투자할 것입니다.

쓸만한 데는 쓰더라도 낭비요소는 철저하게 제거, 방송비용의 거품을
걷어낼 것입니다"

안본부장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일은 7월부터 실시될 위성방송 본방송의
운영문제.

최근 사무실에 몇대의 TV모니터를 더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방송을 시작한 일본 위성방송 퍼펙TV 모니터도 추가했다.

세계 방송시장에서의 KBS의 위치는 위성방송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물론 종일방송에 대비한 편성문제도 고심증인 일가운데 하나다.

"위성방송전쟁이라고 할만큼 세계각국의 방송사 대부분이 위성방송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공에도 수십개의 위성이 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KBS가 내보내고 있는 위성방송은 가시청권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는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위성방송도 가시청권을 조금만 넓히면 일본과 중국 등이
포함됩니다.

이 경우 KBS가 어떤 프로그램을 내보내느냐, 즉 어떤 문화발신전략을
쓰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됩니다"

그는 따라서 위성방송은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가운데 외국시청자들도
끌 수 있도록 공중파와 차별화된 내용을 방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국제적인 배우도 키우고 첨단기술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시청률이 계속 높았던 것은 특정 연령층이 아닌 전세대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우면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시청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죠"

안본부장은 또 올 하반기께 드라마 "사랑과 인생"을 내놓겠다고 밝힌다.

지난해 "목욕탕집 남자들"로 다시 한번 주가를 올린 김수현씨가 극본을
담당할이 드라마는 시대상황 때문에 이뤄지기 어려웠던 한 남녀의 끈질기고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릴 것이라고.

"TV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 역할을 합니다.

인간과 고향의 얘기를 진솔하게 전할 때 시청자는 감동합니다.

올해에도 따뜻한 방송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KBS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본부장은 시청자를 위한 옴부즈맨제도가 활짝 열려 있는 만큼 언제
어디서든 KBS의 문을 두드리라고 말한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