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에
사는 날들이 조금씩 되밟힌다
쳇바퀴돌듯 오가는 길, 닳을대로 닳어
어두운 밤에도 미끄러지듯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삶에 지친 탓일까
닳아진 구두 뒷축이
발을 자주 헛디디게 한다
눈에는 작게 보이는 일들이
가슴 속에서 풍선처럼 부풀고
섭한 마음을 매김하고
비어가는 가슴, 의지 할 곳을 찾아 방황한다
꿈조차 꿈답지 못할 때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잠 안오는 밤은 깊어가고
창 밖에는 달리는 차에 부서진
무수한 어둠의 조각들이 실려가고
방안에는 별 없는 어둠이 낮게 내려
사방에서 나를 내리누른다
밤이 어서 새야겠다.

시집 "흐느끼는 향연"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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